차별과 박해, 소외와 무관심 가운데서도 인간 존엄성에 기초한 진정한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간의 존엄과 평화, 한반도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18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존중이야말로 평화를 이룩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반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주최하고 서울 민화위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최진우 교수)가 주관하는 2018 한반도 평화나눔포럼은 8월 31일~9월 3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 채플 등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빈곤과 차별 속에서도 사랑과 정의를 실현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헌신해 온 아시아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해 ‘인간 존엄성과 평화’에 대한 지혜를 나눴다. 특히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 의장을 맡고 있는 인도 봄베이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 국제카리타스 의장이자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인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이 참석해 아시아 교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과 빈곤 문제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공유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은 개인의 선뿐만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스스로 다리를 놓는 데 헌신함으로써, 국가 간의 연대 구축에 대해 확신과 진심을 갖고, 분열을 가져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 ‘노’(No)를 외칠 수 있다”라고 말해 평화를 이루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미얀마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과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도 참석해 ‘분쟁 지역의 평화와, 종교간 대화’에 대해 발표했다. 미얀마와 파키스탄에서 그리스도인은 소수이며, 이들 그리스도인은 종교를 이유로 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다.
특히 쇼 대주교는 파키스탄의 그리스도인이 신앙을 이유로 겪는 다양한 종류의 고통에 대해 증언했다. 파키스탄에서는 1980년대 이후 수많은 교회가 전소됐고 교회에 대한 약탈과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6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대규모 자살 폭탄 테러로 8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쇼 대주교는 “두려움과 슬픔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치유하는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은 종교간 대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소수민족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파당교구장 마르티누스 도그마 시투모랑 주교는 건강상의 이유로 방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일용한 양식, 평화를 살고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보내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신앙과 그분 안에 있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우리의 확신은 평화를 살게 하고 증진하고 성장시키는 활력의 에너지”라고 전했다.
한국을 찾은 교회 지도자들은 9월 1일 열린 본 행사 외에도 9월 2일 평신도들과의 만남, 9월 3일 특별 대담, 9월 4일 판문점 방문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한반도에 굽이치는 평화의 기운을 느끼고 돌아갔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