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4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는 타지마할로 향했다. 2루삐의 입장료를 내고 짜잔…. 인도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타지마할에 들어갔다. 주위에는 아무 건물도 없이 넓게 트인 공간에 오로지 타지마할만이 있어서 그 웅장함은 더욱 돋보였다.
마할(궁전)로 부르고 있기 때문에 왕비를 위한 궁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사랑하던 왕비 무무타즈마할의 무덤이라고 한다.
샤자한 황제가 그리도 사랑하던 왕비가 죽은 것은 1631년인데 그녀의 죽음을 슬퍼한 왕이 무굴제국의 국력을 기울여서 이 타지마할을 건설하였다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귀한 돌을 수집하고 또한 기술자를 모집해서 22년이라는 세월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자기의 권력을 자랑하기 위함이라는 후문이 있다.
타지마할을 다 보고는 3루삐에 자전거 릭샤를 타고 아그라성으로 향했다. 무굴제국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아그라성은 저 아득히 타지마할을 바라보고 있는 늙은 할머니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한때 이 아그라성은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라고 불릴 만큼 화려했다고 하는데 하느님은 아셨던 것일까? 지상의 화려함은 한낱 구름 같다는 것을, 천국은 오로지 하늘의 당신이 계시는 곳이라는 걸…. 먼 타지마할의 아득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현세의 권세는 모두 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월25일, 기차시간에 늦을까봐 새벽부터 설쳤다. 남녀 교합상으로 유명한 카주라호에 가기 위해서였다.
아그라를 떠난 지 4시간 만인 오후 1시간30분 잔시역에 도착했다.
1월26일, 카주라호로 가는 길은 한마디로 영화 같았다. 도로 양 옆으로 푸른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넓은 들판에 부겐빌레아 꽃이 흐드러져 있었다.
1월28일, 오늘은 사원을 한 바퀴 둘러보려고 나섰다. 아씨 레스토랑 근처에 있는 서쪽사원은 현재 3개 남아있는 사원 중 가장 크고 공원이 조성된 곳으로 입장료도 따로 50파이사(15원)를 받고 있다.
넓게 펼쳐져 있는 잔디밭에 부겐빌레아 꽃이 흐드러져 있는 서쪽 그룹의 사원으로 첫 발을 디뎠다. 처음 본 것은 서쪽 그룹입구의 바깥쪽 마탄게슈와라 사원이었는데 살아있는 사원으로 불려 지금도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것에 비해 우리네 성당들은 단지 미사를 드리기 위한 밀폐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만 하다.
카주라호사원 중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사원인 칸다리아 마하데바 사원. 마하데바는 시바신인데 링가를 모시는 본당위에 높이 40m를 넘는 탑이 우뚝 솟아 있어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그 옆에 있는 데바자그단베 사원은 바싹 달라붙은 시바와 파르바티 부부상 벽화를 장식한 미투나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계속>
[구미리내의 인도이야기/유구한 대지 인디아를 가다] 8 타지마할에서 카주라호까지
무굴제국의 왕비무덤 타지마할
아그라성서 권력의 무상함 느껴
발행일1993-06-27 [제1861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