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공덕동지점에 들어서면 이용객들을 위해 구비된 잡지들 가운데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란 책이 눈에 띈다. 공덕동본당 연령회장 문병욱(안토니오·73)씨가 1주에 한두 번씩 이곳에 들러 선교용으로 가져다 놓은 책이다.
문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 가톨릭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어떤 책인가”싶어 몇 권을 구입해 보고는 “전교용으로 아주 적격” 일거라는 확신을 갖고 자주 찾는 은행부터 비치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일주일도 안 돼 책이 없어지자 추가로 2백권을 주문해 인근 2~3개 은행에까지 갖다 놓았다.
“지금까지 남은 교리서나 소개책자가 한결같이 분량도 많고, 또 어려운 부분이 많아 부담을 느끼는데 비해 이 책은 필요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놓았기 때문에 전교용으로 아주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문씨가 3개월 동안 구입한 책은 1천4백여 부에 달한다. 물론 30여만 원의 책값은 자비로 충당했다. 문씨는 구역·반장연수에 참가한 이들에게 한권씩 나눠주기도 하고, 동네 지인(知人)들에게 설명을 곁들여 돌려주기도 한다.
그동안 회현동 이 요세피나씨를 냉담에서 회두시킨 것을 비롯, 3명 정도를 교리반에 입교시킨 경험이 있는 문씨는 건강이 허락지 않아 방문선교나 가두선교는 못하고 있지만 곧 지하철에도 이 책을 비치해 놓을 계획이다.
“전교란 것이 큰 것보다는 작은 일에서 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다. 넉넉하진 않지만 돈 몇 푼 보다는 인간의 영혼을 구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거나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효로에서 인테리어점을 운영하는 한재희(안드레아·37)씨도 문씨처럼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 책을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에게 전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시는 작년 초, 상공인 회보를 통해 발행처에서 배달돼온 이 책을 처음 접하고 “내용이 알차다”고 생각, 점포에 일차로 비치해 놓았다. 반응이 좋자 한씨는 그때부터 매달 수백 권씩을 구해 업무차 가는 곳마다 공중전화부스에 몇 권씩 가져다 놓았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소라는 생각에서였다.
한씨는 그곳에 “이 책은 한 개인이 노동을 통하여 구입한 책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제작해 붙였다. 그는 또 지하철을 이용할 땐 그 곳 꽂이함에도 몇 권씩 비치했다. 이런 저런 연유로 “책을 구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든가, 가톨릭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씨는 “이 책을 보고 꼭 교회에 나오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차원에서 천주교회가 역사 속에 실재했고 지금 당신 곁에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한씨는 또 “현재의 내용에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인사의 개종고백이나 사례를 요약해 소개해주면 더 큰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고 주문하면서 교회의 역사성을 확인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역대 교황의 연보도 삽입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이판석 신부(두산본당)가 지난 91년 봄, 선교용으로 처음 제작한 이 책은 현재 45만부가 발행됐으며, 마산 서울 등 각지에 배포 많은 이들이 이를 선교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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