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6·25의 노래가 가슴에 절절이 배여 있는 세대로써, 비록 6·25를 겪지는 못했어도 민족의 아픔이 새겨진 상흔을 지울 수가 없다. 2년 전 미국에 있을 때 6·25를 맞이해서 TV에서 특집으로 6·25전쟁에 관한 것을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내 마음을 울리게 만든 것은 한 퇴역군인의 이야기였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하여 두 팔을 잃었지만 낙담하지 않고 한국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는 자부심으로 떳떳하게 의수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오늘 이 순간 6·25를 기념하는 날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느낍니까?”라고 사회자가 물었을 때 그는 당당하게 그리고 밝게 웃으면서 “나는 내 두 팔을 잃은 것을 가슴 아파하지만은 않습니다. 내 두 팔을 잃으면서까지 한국을 지키려고 했기에 보람이 있으며, 오늘 저렇게 자유국가로 발전하는 한국을 볼 때마다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날 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눈시울을 적셨건만, 올해 6·25를 지내면서는 쓰디쓴 마음의 아픔에 젖어 또 다른 감회를 갖는다. 자유와 평화, 통일과 일치를 늘상 부르짖고 소망했던 우리였건만, 새 정부의 출범 앞에 드러나는 부정불의는 우리로 하여금 “그랬겠지”라고만 하게 하지는 않는다.
어쩜 그렇게도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겨왔는지… 진정 돌보아야 할 민족의 자유와 평화, 남북의 통일과 일치를 위해 해온 이 무엇이었는지… 작은 호주머니 털어낸 성금을 착취하고 저마다의 가슴에 소망해 오던 자유를 뭉게버린 우리의 힘 있는 사람들 앞에 할 말을 잃어버린다. 저 퇴역군인은 숱하게 많은 날, 전쟁의 악몽으로 시달리면서도 그의 희생이 꽃피는 이 땅을 바라보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애정 깊은 시선을 지니고 살아왔다. 그런데 우린, 진정 생각하고 돌보아야할 내 나라, 내 민족이건만… 이제는 더 긴말을 하지말자. 우린 자유와 평화, 민족통일과 일치를 부르짖기 전에 이제는 살아야겠다. 의식 있는 분들의 한결같은 외침처럼 북한을 우리가 끌어안아야 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들을 살려내는 것이 바로 그들이 사는 길이고 우리가 사는 길임을 다시 깨달아야 한다. 사욕을 차리기 위해 혈안이 되기 전에 먼저 북한을 살림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이 비록 미국군인같이 두 팔을 잃는 길이 아니더라도 우린 우리의 자리에서 작은 희생이나마 치러야 한다. 그럴 때, 정말 이 시대에서 불목과 이기로 갈라진 사람들 안에서 더 목마름을 겪으시고, 고통을 겪으시는 예수님을 자유롭게 해드리는 길이 되며 또 이것은 한민족으로써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본모습인 통일에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