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1일 또 다시 하느님이 비추어 주시는 햇빛에 눈을 떴다. 오늘은 자이푸르에 가는 날이었다. 1일 관광을 신청해 아침 일찍 대기해 있던 관광버스에 오르니 외국인이라곤 나 혼자뿐, 맨 뒷좌석에 앉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버스는 내 마음엔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다섯 시간을 달려서 오후 12시30분쯤 자이푸루 외곽에 있는 암베르성에 도착했다.
암베르성은 자이푸르가 건설되기 전에 도시가 위치해 있던 성의 유적으로 자이푸르에서 7km가 떨어져 있었다.
암베르성의 한 기둥에는 꽃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꽃 한 송이 안에서 4개의 다른 물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쪽 한쪽씩 가려보면 꽃뿐 아니라 물고기, 전갈, 뱀, 나비가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옆, 시쉬마할이라는 누각에는 안을 어둡게 하고 천장을 향해 촛불을 비추면 꼭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천장이 반짝거렸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손을 받쳐들면 별빛이 내려 앉을 것만 같았다.
잠시였지만 흡사 예수님의 성전 안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하늘나라에 세워진 주님의 나라도 이처럼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하니 순간 죽는것도 두렵지 않다고 여겨졌다.
크디큰 암베르성을 보고나서 버스에 올라 20여 분을 더 달리니 그 유명한 핑크빛 도시 자이푸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왕자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서 도시 전체를 온통 분홍색으로 단장했다고 해서 핑크시티라고 불리는 자이푸르에 들어서니 정작 기대했던 화려함은 간 데 없었다. 자이푸르는 붉은 빛이 도는 흙색에 가까운 빛을 띠고 있었고 그나마도 빛이 바래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맨 처음 들린 곳은 자이푸르의 상징인 하와마할(바람의 궁전)이었다. 일찍이 궁정의 여성들이 여기에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고 하는데 조각을 장식한 테라스가 죽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면의 크기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안의 길이가 아주 짧아서 경이로운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인도에서 가장 크다는 천문대와 함께 자이싱 2세가 건조한 7층 건물의 시티팔래스. 지하에는 박물관이 있어 대대로 전해져 오는 무기와 의복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유물의 보관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화려한 면모와 그들의 자부심에 넋이 빠져 버렸다.
자이푸르의 구경을 모두 마치고 델리로 돌아온 시간은 밤11시30분경. 거리는 온통 잠들어 있었다. 어둠마저 잠이 들어 한편으로는 두려웠지만 내게는 주님이 계시지 않았던가!
1월22일 아침, 기차시간에 맞춰 역으로 나왔다.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로 떠나기 위해서였다. 뉴델리역에는 발차를 알리는 차트기계까지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내 플랫폼을 찾아갈 수 있었다.
정말 인도 기차치고는 이상하리만치(?) 정확히 세시간만인 오후 2시에 아그라 캔트역에 도착했다. 아그라에는 젊은이들의 숙소 유스호스텔이 있었기에 릭샤를 잡아타고 곧장 그리로 향했다. <계속>
[구미리내의 인도이야기/유구한 대지 인디아를 가다] 7 자이푸르에서 아그라까지
핑크시티 자이푸르 초라한 형상만
신미 풍기는 시쉬마할 누각에 내료
발행일1993-06-20 [제1860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