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이산가족들이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만났다.
올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인 ‘판문점선언’ 합의대로 남북 정상이 ‘8·15를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약속했고 8월 20~26일 북측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성사됐다. 이산가족 상봉은 2015년 10월 마지막 상봉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와 교류협력 개선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 대화가 보다 촉진될 수 있다는 기대도 모아진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8월 20~22일 남측 방문단 89명이 북측 이산가족과 만난 데 이어 24~26일에는 북측 방문단 88명이 남측 이산가족과 감격적인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민족화해전문위원회 위원 한경호 신부(꼰솔라따선교수도회 본원장)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지켜보는 마음이 뭉클하다”며 “남북은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할 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면에서 이산가족 상봉도 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과 6·25전쟁을 거치며 60여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족과 친지를 만난 상봉 가족들의 감정은 형언하기 어려웠다. 북에 있는 사촌동생 김영순(77)씨를 만난 김옥분(안나·79·의정부교구 남양주 퇴계원본당)씨는 “사촌동생 영순이가 5살이고 내가 7살 때 헤어져,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동생과 함께하던 시절이 늘 제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면서 “남과 북이 지금보다 왕래가 쉬워져 또 다시 만나게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북녘의 언니와 상봉한 박춘자(마리아·78·서울 대림동본당)씨도 “9살 때 떨어지고는 본 적이 없는 언니가 낯선 곳에서 살아갔을 세월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지금까지 잘 살아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지금이 북녘 가족을 만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같아 아직 상봉하지 못한 이산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