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사제생활 만에 얻은 안식년. 그 안식년을 뜻있게 보내고 있는 한 신부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마산교구 김영식 신부(알로이시오·46세)는 안식년을 맞아 행려자의 집에서, 산 속에서, 지금은 서울의 빈민지역에서의 삶을 통해 사제생활 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한 재충전의 기간을 갖고 있다.
92년 9월 사제생활 15년 만에 주어진 꿈같은 안식년을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기위해 김 신부가 생각해낸 것은 이른바 현장체험과 현장으로부터의 고립이었다.
작년 9월부터 몇 달 간을 경북 영천의 행려자들의 쉼터인 ‘나자렛의 집’에서 그들과 함께 살았던 김 신부는 “이곳에서 나의 생활은 그리 충실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자기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표정 표정에서 맑은 영혼의 기쁨을 볼 수 있었다”고 밝힌다.
일반적으로 신부들은 안식년을 여행이나, 어학연수 또는 공부하기 위해 해외를 찾는 것이 보통인 가운데 김 신부의 이례적인 안식년은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행려자의 집에서 나와 경남 어느 산속으로 거취를 옮긴 김 신부는 3개월가량의 기간 동안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고 그야말로 ‘산(山)사람’으로 살았다.
평일미사도 하지 않고 그저 자연을 보기위해 노력했다는 김 신부는 “책을 비롯, 속세와 관계된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철저히 자연인으로서 살고자 노력했다”고 말하면서 “의·식·주를 나 혼자 해결하면서 살았던 산속의 생활이 앞으로의 사제로서의 삶에 커다란 자신감을 주었다”고 밝힌다.
김 신부는 또 “산속에서 신학적인 신앙, 논리적인 신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되도록이면 책을 보지 않고 그저 성서만을 보고 묵상했다”고 말하면서 “현대인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신부에게 바라는 것은 추상적인 믿음에 대한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사랑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운동권 신부’로도 널리 알려진 김 신부.
서대문 구치소에서의 생활 등 평범한 신부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던 김 신부는 “이렇게 사제생활을 하다 보니 나의 사고 자체가 너무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에만 치중되는 것 같았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안식년을 보내면서 이 세상과 사람들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산속에서 나온 김 신부가 찾은 곳은 서울 한복판이었다. 올 3월부터 김 신부는 가락동의 행려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인 ‘하상 바오로의 집’에서 신분을 숨긴 채 밥도 나르고, 설거지도 하면서 지내왔다.
“팔레스티나의 조그만 시골인 갈릴리에서 시작, 갈릴리에서 끝을 맺은 예수의 삶이 주는 의미는 오늘날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신부는 “갈릴리의 의미는 오늘날 가난하고 소외당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살라는 그리스도의 뜻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8남매 중 막내로 자란 김 신부는 안식년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아버님이 작고, 비운을 맞기도 한다.
자신을 철저히 비우기 위해 선택한 안식년의 삶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는 김 신부. 막노동판의 맘씨 좋은 아저씨 같은 김 신부의 안식년은 이렇게 땀과 피로 얼룩져있다.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고, 이웃에 대해 개방적인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닮기 위해, 짧지 않은 사제생활로 인해 자신 안에 쌓여있는 타성이란 균에서 해방되기 위한 한 사제의 몸부림은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 신부는 현재 서울 행당동 ‘어린이의 집’에서 잡역부로서, 보모로서 울고 웃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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