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5시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 영등포 네거리의 한 모퉁이에 서면 언제나 ‘내 탓이오’ 스티커가 붙은 모금함을 들고 나와 나눔의 노래를 들려주는 청년들을 만날 수 있다.
자칭 ‘영등포 노래패’.
벌써 7년째 이곳에서 모금활동을 펼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버젓한 이름하나 지어놓질 못했다.
아니 그들에겐 이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열심히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장소가 있고 노래를 불러 얻어진 수익금이 절망에 빠진 이웃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매주 모금함에 모아진 헌혈증서와 20~30만원의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및 생활보호 대상자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다.
소년 예수의 집, 바오로 교실 등의 단체는 물론 본보 호소란에 게재된 어려운 이웃들의 기사를 아예 스크랩해두고 성금과 헌혈증서가 모아질 때마다 보내주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나눔활동은 현재 영등포 노래패의 대장격인 김대성씨(40·스테파노)가 의료보험공단의 몇몇 직장동료들과 뜻을 같이해 매주 토요일 근무를 마치면 기타를 메고 영등포로 나오게 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직장동료보다 김씨의 본당 후배들인 당산동본당 청년들이 더 많이 나눔활동에 참여하며 뒤를 잇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0명. 수요일에는 당산역 근처에 나가 모금활동을 펴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신앙인이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의 일을 가지고 있고 바쁜 일상 중에서도 토요일 오후를 봉헌하며 거리로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앙인’이라는 사실이 영등포 노래패의 나눔활동에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는 세파에 밀려 누구를 원망할 힘도 없이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웃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며 서로 사랑하여라 하십니다.
언제나 이웃사랑을 실천하십시오”라고 적힌 “내탓이오” 모금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젊은 녀석들이 기타를 들고 다니며 껄렁거린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항상 조심스럽다”는 김대성씨는 “오늘같이 좋은 토요일 어떤 젊은이가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따가운 눈총보다는 신앙의 눈으로 우리를 보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앞으로 힘이 닿을 때까지 나눔의 노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영등포 노래패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하는 바램과 “처음 쫓겨 다녔던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조금 넓고 좋은 장소에 가서 모금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