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빠르고 격렬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를 맡고 있는 폴러베어스(북극곰들)의 명 수문장 김중호(미카엘·54세)신부.
빙판에서 만난 김중호 신부는 평소 사제로서의 인자한 모습은 간데없이 무섭고 인정 없는 격렬한 싸움꾼(?)으로 돌변, 상대가 날린 시속 2백km의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내는 빙판위의 마술사로 통한다.
현재 가톨릭의대 교수 겸 강남 성모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중호 신부가 아이스하키와 인연을 처음 맺은 것은 지난 40여 년 전인 경기중 3년 때.
이때부터 김중호 신부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의대를 거치면서 줄곧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해 왔으며 자신의 건강과 삶에 활력을 얻는 최상의 운동으로 아이스하키와의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김 신부는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목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성직에 뜻을 두고 다시 신학을 전공, 조금 늦은 나이인 73년도에 사제서품을 받았다.
의사로서 또 사제로서의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김중호 신부는 현재 가톨릭의대 의학 윤리교수 겸 강남 성모병원 행정부원장을 맡고 있으며 40대 이후 아이스하키팀(Old Timers)인 폴러베어스의 주전 골키퍼로 맹활약중이다.
폴러베어스 팀 중에서도 최고령자인 김 신부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20분씩 3피리어드를 뛰는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스하키는 격렬한 경기인 만큼 잦은 선수 교체를 해야 하지만 김 신부는 경기가 끝날 때 까지 다른 선수에 비해 20kg이나 더 나가는 중장비를 입고도 거뜬하게 자리를 지키며 수문장으로서의 위치를 간과하지 않는다.
김 신부가 속해 있는 폴러베어스는 국내에 성인 아이스하키팀이 전무하던 88년도에 경기고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돼 탄생한 국내 최초의 성인 아이스하키팀으로 최고령인 김중호 신부를 비롯 22명의 선수들이 속해 있는 국내 최정상의 아이스하키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연습경기를 갖고 있는 폴러베어스는 5월14일부터 16일까지 대한 아이스하키 협회가 주최한 ‘한·중·일 국제친선 아이스하키대회’에 참가하는 등 국내 아이스하키 운동의 발전과 아이스하키를 통한 국제우호증진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김중호 신부는 3형제 아이스하키 선수로 더욱 유명하다. 맏형인 김명호(59세·의상)씨와 막내동생인 김자호(49세·간삼 건축설계소장)씨는 학창시절 이름을 날렸던 아이스하키 스타플레이어이며 김자호씨는 김 신부가 속해 있는 폴러베어스의 골게터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짜릿한 슛의 쾌감을 맛보기 위해 모든 선수가 공격수를 원하고 있는 가운데도 묵묵히 문지기만을 맡아온 김중호 신부는 “빙판에 서면 병원과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며 “속도와 힘, 긴박감으로 이뤄지는 아이스하키 운동이야 말로 나이를 잊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최고의 건강유지법”이라고 자랑하고 손에 쥔 스틱에 힘을 가했다.
[취미와 건강] 아이스하키 - 서울 김중호 신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죠”
최고령자 불구 막강 수문장 역할
중3때 시작 ‘빙판위 마술사’ 통해
발행일1993-05-23 [제1856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