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3일. 아침에 눈을 뜨니 5시45분. 간단히 세수를 하고 6시30분에 우체국 앞에 서 있을 것이라는 포카라행 버스를 타기 위해 배낭을 메고 나왔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찬바람이 조용히 불고 새벽안개가 좌악-깔린 이른 새벽의 어두운 카트만두 거리를 가로질러 홀로 걷고 있자니 그 착잡한 심정을 그 누가 알아줄까.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외로움속의 행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만끽하며 7시간 만에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달려드는 호객꾼들을 피해 다니느라 혼났다.
짐을 풀자 나는 곧 여행사들을 돌아다니며 안나푸르나와 마차푸르 히말라야 설산이 기막히다는 나우단와 마을에 갈려고 문의를 했다.
비용이 너무 비싸 동행할 사람을 물색하던 중 같이 버스를 탔던 독일인 친구들도 계획 중이라고 하길래 얼씨구나 내 편으로 끌어들여 내일로 예약을 했다.
여행사에서 네팔사람들이 내 종교를 묻길래 ‘가톨릭’이라고 했더니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차, 힌두교인들은 가톨릭인들하고는 상종을 안 하고 심하게는 살인까지 한다는걸 잊고 있었다. 어색하게 내가 말문을 열었다.
“네팔인들은 가톨릭 안 믿죠?…”
“아니에요, 아주 조금 이지만 있기도 해요. 그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요. 나는 한국 사람들은 전부 불교를 믿는 줄만 알았어요”하며 수줍게 웃는다.
포카라의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누군가가 많은 별들을 보고 밤하늘에 수를 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쓴 건 혹시 포카라의 밤하늘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1월14일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나를 기다렸는지 일행 모두가 바로 출발했다. 나와 독일인 싸소, 가필, 그리고 호주인 씨씨가 전부였다.
헉헉. 워낙 산을 못타는데다가 길이 험해 숨은 찾지만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는데 이깟 것쯤이야. 반쯤 올라가다가 아래를 쳐다보니 모두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발밑 사방 천지가 온통 하연 구름뿐이었다.
정상은 보이는데 오르고 올라도 가까워질 생각을 안했다. 이런 신비감 때문에 산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씩씩거리며 한참만에야 사랑곶 정상에 오르니 눈앞에 아름다운 안나푸르나, 세계 누구에게도 정복되지 않은 신비의 설산 마차푸르가 차례로 펼쳐졌다.
그저 눈만 쌓인 겨울 설산일 뿐인데 이다지도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 몇 명 산악인의 혼까지 합쳐져 더욱더 인간을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힌두의 나라 네팔. 그들의 종교는 힌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고 주어진 그 종교를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택한 종교라도 싫어지는 법인데 종교를 가지고 태어나다니 그 얼마나 불행한 운명인가.
[구미리내의 인도이야기/유구한 대지 인디아를 가다] 5 포카라서 나우단와 마을로
히말라야 보기 위해 여행사 돌며 문의
사랑곶 정상서 마차푸르 설경에 도취
발행일1993-05-16 [제1855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