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독재와 물리적 힘에 억압되고 무서워서 입을 다물었던 양심의 소리를 이제 외칠 때가 왔습니다”
5월 민중항쟁 당시 가톨릭 대표 수습위원으로 시민군 무기회수를 적극 주장, 평화적 사태수습을 도모하다 계엄군에 체포,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당시 광주 남동본당 김성용 신부와 함께 실형을 구형받았던 조철현(비오) 신부는 사막에서 외치는 선지자의 소리처럼 은폐된 사실과 왜곡된 진실,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을 때가 왔음을 강조했다.
“5·18 비극의 피해자는 광주 시민만이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양심세력과 온 국민임”을 전제한 조 신부는 “5월 민중항쟁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교회는 광주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 신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진실의 증언자로서 역사 앞에 당당히 서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신부는 또한 “역사와 국민 앞에 가해자의 반민족적이고 비인도적인 죄악상을 밝혀 법에 의한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을 피력하고 “광주의 매듭을 푸는 근본적인 열쇠는 가해자의 사죄와 피해자의 관용에 있다”고 단정 지었다.
5월 문제는 보복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민족 대화합 차원에서 피해자의 한을 위로하고, 책임자가 밝혀져 정중한 사죄를 했을 때 비로소 역사적 죄과가 청산될 수 있다는 게 조 신부의 지론이다.
죽음의 사선을 넘나들면서 평화적 수습을 위해 무장해제를 종용하던 과거를 회상한 조 신부는“5·18 당시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무력에 의해 인권과 인명이 짓밟히는 암울한 현실 앞에 침묵으로 일관한 대부분의 교구와 신자들의 방관적 자세였다”고 침울해 했다.
“대부분의 교구와 교회 언론들이 침묵을 지켰던 것은 날조된 정부의 여론조작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지 못했고 철저한 언론통제와 사전검열 때문”이라고 자조한 조 신부는 “그렇더라도 침묵으로 독재 권력에 동조한 것은 한 공동체의 지체로서 형제애의 결핍을 보여준 참담한 것이었다”고 가슴 아파했다.
조 신부는 “교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한 그 다양성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일치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때 한국교회가 한 목소리로 정의와 진리의 중재자로 적극 나섰더라면 이 땅의 복음화는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조 신부는 그러나 5·18 당시 부분적이나마 정의구현과 민주화 실현에 동참하고 평화적 중재 노력에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교회의 저력은 세계 교회사는 물론 한국 현대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하면서 광주 명예회복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이 마당에 또 한 번 그 힘이 요청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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