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운데)가 강우일 주교(맨 오른쪽)와 함께 7월 28일 예멘 난민 9명이 생활하고 있는 제주 모슬포본당 무릉공소를 찾아 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교구 제공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7월 28~29일 제주교구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도 예멘 난민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슈에레브 대주교가 제주교구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주한 교황대사로 임명된 뒤 처음이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7월 1일 ‘2018년 교황 주일 제주교구장 사목서한’을 발표하는 등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 제주 땅과 인연을 맺고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는 예멘 난민들을 위해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난민 문제를 대하는 교황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제주교구 방문 첫째 날인 7월 28일 예멘 난민 9명(22~42세 남성)이 머물고 있는 제주 모슬포본당(주임 이승협 신부) 무릉공소를 비공개로 방문해 1시간 정도 머물며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위로했다. 이 자리에는 강우일 주교, 김석주 신부(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 홍석윤 신부(제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 이승협 신부 등이 동행했다. 한 달째 무릉공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9명의 예멘 난민을 위해 모슬포본당에서는 세탁기 지원, 식사 제공, 한글공부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예멘 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제주도에 체류하는 난민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우리에게는 1등 시민, 2등 시민은 없고 모두 사랑 받는 존재로서 우리와 다른 사람, 다른 종교를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멘 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를 존중할 것을 요청하며 “여러분이 누구인지 보여주는데 두려워하지 않아야 이곳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만큼 한국인들과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제주 방문 둘째 날에는 주교좌제주중앙성당에서 강 주교와 공동으로 교중 미사를 집전했다. 강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500여 명의 제주 예멘 난민 문제로 제주도가 전국적인 관심거리가 됐다”며 “세계에서 가장 난민을 많이 받은 나라인 독일은 100만 명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했는데 500여 명 난민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너무 부끄럽다”고 난민을 배척하는 자세에 일갈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도 미사 인사말에서 “교황님께서는 예멘 난민들을 도우려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제주교구와 함께하신다는 구체적인 표지로 얼마간의 물질적인 후원금을 보내셨다”며 미사 도중 교황이 보내 온 교황청 자선기금(Elemosineria Apostolica) 1만 유로를 예멘 난민 기금으로 쓰도록 강 주교에게 전달했다.
한편 한국콜럼버스기사단(회장 박용춘, 담당 유수일 주교, 이하 기사단)은 7월 24일 오후 제주교구청과 교구 이주사목센터를 방문해 예멘 난민들의 현황을 공유하고 후원 물품을 전달했다. 이날 기사단은 업무협약을 맺은 (주)GC녹십자랩셀 측과 함께 예멘 난민들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 등 건강 보조식품 200박스를 후원했으며 올해 10월경에는 의료진 파견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