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사제양성의 외길을 살아온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 사제양성의 첨병으로 청춘을 바쳐온 정진석 주교는 성소주일만 되면 만감이 교차한단다. 본보는 성소주일을 맞아 6·25 이후 성소주일도, 성소후원회도 없던 신학생 시절을 보내고, 교구장 부임 후 방인 사제양성에 총력을 기우려온 정진석 주교의 한 생을 더듬어 봄으로써 성소의 중요성을 체험해 보고자 한다.
“성소(聖召)는 하느님의 은혜이지 사람이 노련했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사제양성의 외길만을 걸어온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가 당신의 전 생애의 체험을 회상하면서 내린 한마디 결론이다.
기풍 있는 성가정에서 외아들로 어버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정진석 주교는 복사단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그렇듯 막연하게나마 사제의 꿈을 키웠단다.
서울대 재학시설 6·25사변을 맞은 정 주교는 몇 차례의 죽을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기면서 “내 생명은 내 것이 아님”을 신앙적으로 체험하고 하느님께서 무엇을 위해 자신을 살려주셨는지에 대한 깊은 고뇌에 잠기곤 했다.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살지 말고 남을 위해 살라고 살려주셨다”는 철저한 확신을 가진 정 주교는 고아원 운영을 위해 영어 통역원을 구하던 서울교구 김영식(베드로)신부를 따라 통역으로 많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52년 8월15일 경기도 부평에 있는 김 신부의 고아원을 찾았다.
김 신부의 입이 되어 미군부대를 돌며 고아들을 위한 생필품을 구해오던 정 주교는 이미 사제성소의 뜻을 굳히고 온 터라 휴전이 되자마자 곧장 대신학교에 입학했다.
방학 때마다 고아원에 가서 미군 물자를 조달하고 신앙서적을 1권씩 번역, 출간하던 정 주교는 61년 사제서품과 동시에 고아원 일을 끝내야 했다.
짧은 보좌시절을 성소 못자리인 복사단들과 늘 같이 지낸 정 주교는 소신학교 선생으로 부임, 본격적인 사제양성의 길에 발을 내딛었다.
미국 메리놀회의 신부들이 사목을 전담해 온 청주교구에 70년 교구장으로 부임한 정 주교는 로만칼라 한 자신을 보고 꼬마들이 “헬로”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방인 사제양성에 남은 생을 다 바치기로 결심했다.
“교구장시절 내내 가난한 집안에서 자식 교육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듯 사제양성에 힘써왔다”는 정 주교는 “그렇게 기를 쓰고 사제양성에 노력했건만 단 한 명의 서품자가 나지 않을 때도 있어 성소가 하느님이 베푸시는 은혜임을 절감했다”고 고백했다.
교구장 부임 당시 6명뿐이던 방인 교구 사제수를 현재 62명으로 10배 이상 증가시켰고 신학생만도 81명을 보유하고 있는 확고부동의 교구로 성장시킨 정진석 주교는 “교구 발전은 한사코 하느님의 도우심에 있다”고 그 영광을 돌렸다.
20년이 넘도록 어느 모임에 참석하든지 맨 마지막에 “성가정이 되려면 예수,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이 있어야하듯, 성직·수도자들이 자녀로 둔 신자부부 가정이야말로 엄격한 의미의 성가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평생 사제성소의 외길을 걸어온 정진석 주교는 성소주일을 맞아 오늘도 어김없이 “신자로서의 삶에 있어 가장 최선의 길은 하느님을 위해 죽음으로써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자녀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라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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