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 만세!
6대, 1백80년을 이어온 성가정에서 7남1녀 중 2명의 신부, 2명의 신학생과 1명의 수녀를 길러낸 춘천교구 강릉 임당동본당 오병섭옹(타데오·76세), 이춘선(마리아·72세)부부.
오병섭옹 부부가 길러낸 이들이 바로 춘천교구 속초본당 오상철 신부(토마스·51세·장남), 현리본당 오상현 신부(돈보스코·41세·3남), 서울 가톨릭대학 6학년 오세호(끌레멘스·28세·6남), 광주 가톨릭대학 4학년 오세민(루도비꼬·26세·막내), 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오진복 수녀(젬마·38세·장녀)등 5명이다.
신부의 부모이기에 남들 앞에서 제대로 화도 내기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성직자 부모의 모습. 아들이지만 신품을 받는 순간부터 말을 놓을 수도 없고, 남들처럼 노후에 아들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아들 신부의 성화(聖化)를 위해 끝없는 기도와 희생이 뒤따른다.
“저희들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주님의 뜻대로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한 것뿐입니다”
만주에서 살다 1·4후퇴 때 월남 강릉에 자리를 잡고 숫한 고생을 하면서 8남매를 키워왔던 오병섭옹과 이춘선 여사는 안 해본 장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궁핍 속에서도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은 그칠 줄 모르고 타올랐다고 이들 노부부는 회고한다.
“큰신부(오상철 신부)를 13세 때 소신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이불 보따리를 지고 어린애들과 함께 강릉에서 허리까지 빠지는 눈 쌓인 산을 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하는 오병섭옹은 “여섯째와 막내아들이 사제품을 받는 것을 보고 주님께로 가는 것이 여생의 소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 부부는 “큰아들 오상철 신부가 소신학교에 입학하고자 했으나 접수기한을 넘겨 포기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1명이 비었으니 시험 보러 오라는 전보가 날아와 부랴부랴 상경, 시험을 쳐 입학하게 됐다”고 회상하면서 “아마도 주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의 성소주일을 맞아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 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는 오병섭옹 부부에게는 성소(聖召)는 단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일 뿐 다른 방도가 없는 듯하다.
소박하기 만한 오씨 가문에 성소자가 이처럼 많은 것을 보며 부러워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하필이면 우리 집 누추한 곳에서 성소자가 많이 나온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의 모습 속에는 추운 겨울, 외딴 마을 나자렛의 말구유에서 아기 예수를 낳은 요셉과 마리아의 모습이다.
“신학생을 키워 신부를 만들고 수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오병섭옹은 “아들들이 이왕 선택한 삶 끝까지 훌륭하게 살아가도록 마음조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오병섭옹 부부는 “성소뿐 아니라 이 나라가 이렇게 흉흉한 것도 바로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면서 “나라와 교회를 책임지기 위해서 자녀를 적어도 5명 이상은 낳아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현대인의 개인주의 이기주의 등도 바로 산아제한이라는 망국병에서 온다는 이들 노부부는 “자녀들이 많아야 그 속에서 사회성도 배우고,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바로 이 나라와 교회를 책임질 재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5남매의 사제, 신학생, 수녀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그들보다 오히려 성화된 모습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병섭옹 부부의 이마에는 자녀들이 그리스도의 도구로서 훌륭히 살아주길 바라는 굳센 소망과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가 패어져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