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시설 서울 상봉동 삼표연탄공장 인근 주민들이 탄분에 의해 집단 진폐증에 걸린 전대미문의 사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들 중 진폐증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있는가 하면 1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가쁜 숨을 내쉬며 굳어지는 폐의 고통을 안고 시름하는 이들도 있다.
삼표연탄 집단 진폐증사건 첫 사례자인 박길래씨 역시 행복을 찾아 상봉동으로 이사했다가 죽음의 가루만을 마신 대표적인 인물이다.
20여년 동안 양품점에서 모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던 박길래씨는 79년 유난히 값이 싼 정원이 딸린 50평짜리 서울 상봉동 양옥집을 장만했다.
『내 집을 장만했었던 그땐 세상 부러울 것 없이 기뻤습니다』라고 회상한 박길래씨는 이사온 후 날려드는 탄분으로 인근에 연탄공장이 있음을 알았다 한다.
탄분때문에 하루에도 몇차례씩 물걸레질을 해야만 했던 박씨는 83년 어느날부터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기증상을 보여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 먹었으나 차도가 없고 점점 심해만 졌다』는 박씨는 의사로부터 페결핵 진단을 받고 2년동안 보건소와 결핵협회를 전전하며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역시 허사였다.
마지막으로 국립의료원 흉부외과에 들려 김재원 박사로부터 폐조직 검사를 받은 박씨는 진폐증의 일종인 「탄분침착증」을 판정받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씨는 새까만 자신의 폐X-선 사진을 보여주면서 『폐 전체가 연탄가루로 덮혀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연탄공장 주변으로 이사온 것을 후회했었다』고 서러워했다.
박씨의 진폐증 사실이 의학학술지에 발표되자 삼표연탄공장 인근 주민중 더 많은 피해자들이 늘어났고 강압적인 정부의 무마정책도 여론화된 이들의 사례를 막지 못했다.
대법원의 승소판결로 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았지만 이미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한 달에 3~4백만원씩 드는 치료비를 감당치 못한 박씨는 상봉동 집을 내놓아야만 했다.
87년 보증금 50만원에 월10만의 서울 세검정 월세집으로 이사온 박길래씨는 자신의 병 때문에 가족들이 자주 폐렴을 앓는것을 보고 더할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껴야만 했다.
『약에 지쳐 약발이 받지않고 알맹이채로 배설된다』는 박씨는 굳은살이 박힌 주사 자국을 보여주면서 『이젠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고 체념했다.
공해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아무런 지원도 없어 영세민 의료보험카드로 연명하고 있는 박씨는 간이공장에서 봉투 붙이기, 악세서리 수공으로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미음만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숨이 차 오래 앉거나 서서 일할수 없어 하루에 2~3천원 벌이도 제대로 못한다』고 털어놓고 『자신의 이같은 억울한 삶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길』희망했다. 진폐증 판결 이후 전 국민을 상대로 여성연합회와 환경운동연합 등과 연계 공해 추방운동을 펼쳐온 박씨는 88년 서울 세계 성체대회에서 김 추기경의 배려로 자신의 사례를 발표, 전 세계에 대기 오염의 폐해를 몸으로 공표했다. 『물과 음식은 좋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공기는 어느 누구도 똑같이 마셔야만 된다』고 밝힌 박길래씨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이 주신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길래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죽을때까지 공해 추방운동에 투신하겠다』는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7년 세월을 하루같이 지친 몸을 이끌고 시민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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