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학력유무 없이 지구촌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아마추어 무선.
국왕의 신분으로 유일하게 아마추어 무선을 하는 요르단 왕국 후세인 왕과 얘기를 나누고 남미 정글의 선교사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일명 HAM.
이 HAM을 통해 전국 세계 각 지역 사람들과 허물없이 말과 생각을 나누고 ‘우리는 하나’를 새롭게 느끼는 사제가 있다. 대전교구 전의본당 주임 황용연 신부.
황 신부는 인종‧국경을 초월 사람들을 전파상에서 만나 친교를 다지는 이점 외에도 전파의 오묘함속에서 하느님과 교회를 알리는 간접선교의 장으로도 유용하다고 HAM을 소개한다.
호출부호 HL3 ENN으로 90년경 개국 첫 전파를 발사한 이래 현재까지 황 신부가 교신한 국(局)은 1백여 개.
1895년 마르코니에 의해 전선 없이 통신 할 수 있는 무선전신이 실용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개인적 흥미로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것이 본격적인 아마추어 무선의 역사로 이어졌듯이 황 신부도 우연히 동료신부들이 교신하는 것을 본 후 취미로 대했다가 간접선교에 보탬이 될 것 같아 적극적으로 매달리면서 HAM과의 인연을 가지게 됐다.
주로 밤 시간을 이용 가깝게는 대전에서부터 멀리는 일본 전북 이리 경북 울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교신을 나눠온 황 신부는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나게 됐을 때 먼 곳의 손님을 맞은 듯한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특히 신앙‧양심에 관계된 대화를 나누게 되면 교회시각을 얘기할 수도 있고 ‘신부’라는 신분을 밝히게 되면 신앙적 가르침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황 신부는 전한다.
황 신부는 3년여 전 어느 주일새벽 대둔산 정상에서 전파를 보내온 사람과 교신하다 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냉담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 ‘냉담이 자랑이냐’며 따끔한 일침을 가했는데 얼마 후 그 사람이 카드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황 신부는 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이 와서 정비공장‧순찰사 등에 연락을 해준 기억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HAM은 무선을 통한 친교뿐만 아니라 재난‧사고 등의 상황에서 원활한 구조가 펼쳐지도록 도움을 주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고 황 신부는 설명.
황 신부는 사목자들이 취미로 HAM을 할 경우 보편관심사속에서 신앙적 차원의 얘기를 들려주고 무디어져가는 정의관 윤리관을 일깨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선교사로 외국에 가는 경우 꼭 배워둘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인 황 신부는 앞으로 HAM을 통해 외국이나 오지에서 선교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한다.
대전교구 신자들의 net운영을 위해 동료 신부들과 준비를 하고 있는 황 신부는 “교신을 하다보면 의외로 신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성당에 다닌다고 밝히는 예가 드문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신자인 것을 내세우면 일반인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표하고 설득력 있게 전할 수도 있을 텐데 내색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며 HAM을 하는 신자들이 전파를 통해 교회이미지를 적극 심어주기를 당부했다.
[취미와 건강] 아마추어 무선(HAM) - 대전, 황용연 신부
전파통한 간접선교 도모
인종 국경초월 인류애 나눠
90년 첫 발신 1백여 개국과 교신
냉담자 회두 신앙상담 한 몫
발행일1993-04-18 [제1851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