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중복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호시설인 ‘여주 라파엘의 집’(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중암리)원장 정지훈(예로니모‧36)씨.
정 원장은 자신도 맹인이면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독특한 삶을 살고 있다. 장애인의 수호천사인 성 라파엘의 이름을 따 명명된 이 집은 시각 청각 언어장애에다 뇌성마비 등 2중 3중의 장애를 가진 이들을 보금자리다.
8백50여 평 4층 건물에 간호실 물리치료실 치과치료실과 10여 개의 방이 구비된 이곳에는 지금 4세부터 50세까지 연령, 남녀, 장애상태 등이 각양각색인 맹중복 장애인 65명이 희망을 가꾸며 살고 있다.
정 원장이 라파엘의 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87년 5월.
초등학교 4학년 때 장난 도중 왼쪽 눈을 찔러 실명한 그는 몇 차례 수술에도 불구하고 1년 뒤에는 뚜렷한 원인도 모른 채 두 눈의 시력을 잃고 만다. 어린 나이지만「다 살았다」는 절망감이 밀려왔다. 주위 사람들의 위로도 안중에 없이 3년을 좌절 속에서 보낸 끝에 혜화동 맹아학교 4학년 과정에 편입, 새 삶을 시작했다.
고교과정을 이수한 정씨는 3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대구대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했다. 85년 졸업 후 전주 맹인복지협회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87년 라파엘의 집이 도림동으로 이사하면서 맹인선교회 측의 제의가 들어왔고 “단순한 시각장애인보다 중복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더 보람 있을 것”으로 생각한 그도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중복장애아들과 생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능력개발교육이나 자활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수용 보호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정씨는 말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장애아 재활을 위한 교육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교사 1명을 제대로 충원 못하는 우리 실정으로서는 희망사항 일 뿐이지요”
그래서 장애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내 장애인들을 백만으로 잡을 때 이는 전체 인구의 1/40에 해당됩니다. 그러면 예산이라든가 장애인을 위한 정책도 그에 맞게 운용되어야지요. 87년에 정부가 장애인 복지책을 분석, 개선안을 내놓고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겁니다”
여주 라파엘의 집은 현재 월 3천만 원의 운영경비 중에 정부지원은 절반정도이고 나머지는 후원회비나 독지가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이곳에 오고자 기다리는 장애인들 중에 40여 명은 더 받을 수 있으나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국가란 게 뭡니까. 장애인이든 장애인이 아니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