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물론 우리사회의 정신적 지주로 유신 이후 암울했던 시대의 방향타가 됐던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이 5월29일로 교구장 착좌 25주년을 맞는다.
이에 앞서 김수환 추기경은 모든 사제들의 축일인 4월8일(성 목요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착좌기념식을 조촐하게 거행했으며 서울대교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베풀어준 교구 사제들과 신자들의 뜨거운 사랑에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 본보는 김수환 추기경의 교구장 착좌 25주년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2천년대 복음화를 앞둔 한국교회의 위상을 다시 알아본다.
서울대교구장 착좌 25주년을 맞은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68년 4월27일 마산교구장으로 재임당시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대주교로 승품되면서 곧바로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다.
당시 김 추기경은 47세. 노기남 대주교의 은퇴로 공석이 된 서울대교구의 제2대 교구장으로 착좌한 김 추기경은 대주교 승품 이듬해인 69년 3월28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김 추기경의 추기경 서임은 동양인으로서는 5번째, 한국교회 사상 2백여 년 만에 최초의 추기경으로 탄생된 한국교회 전체의 경사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추기경 취임소감에서 “추기경이 된 것은 나 자신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2백년의 교회를 지켜온 우리 순교자들의 영광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추기경 서임은 한국교회 전체의 영광이며 신자 개개인의 영광인 만큼 추기경으로서의 중책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를 당부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서울대교구장으로서의 성무를 담당하면서 한국 주교회의 의장을 수차례 역임했던 김 추기경은 6차례에 걸친 세계 주교회의 대의원회(시노드)참석과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구성 준비 위원장을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다해왔다.
한국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추기경으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됐던 김 추기경은 74년 2월 서강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필두로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일본 상지대학교 고려대학교 미국 시튼홀 대학교 등에서 수많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교구장으로 25년간을 재임해 오면서 교회의 발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 때마다 정의의 사도로서 항상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자와 더불어 하고자 했던 김 추기경은 77년 5월에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와 함께 인권회복에 공헌한 공로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김 추기경은 “학위는 감옥에 있는 분들이 받아야 하는데 대신 받아 아무런 감상(感想)이 있을 수 없다”며 인권을 위해 애쓰다 감옥에 간 수많은 인권운동가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김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 착좌식 때 강조한 ‘각성‧쇄신‧현실참여’를 실천하기 위해 정치 사회적으로 ‘빛’이 필요했던 3공화국과 5공화국시절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인간화를 위한 양심의 대변자로 우뚝 서 난국에 처한 시대적 상황을 주시해왔다.
70년대 유신체제 거부를 시작으로 현실참여의 폭을 넓혀 갔던 김 추기경은 사회 전체가 정신적, 도덕적으로 황폐되어 국민들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바르고 곧은 목소리로 사회의 도덕적 양심을 일깨워 왔다.
김 추기경은 부패풍조를 일소하지 않고는 사회기강이 바로 서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거국적인 정풍운동을 정부 및 교회에 제의하기도 했으며 사회정화에 가톨릭 신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한바 있다.
또한 김 추기경은 지난 5공 시절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는 개헌논의가 대두됐을 때 정치인은 권력에 집착하지 않고 욕심을 벌릴 것을 촉구하는 등 국가나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땐 항상 ‘예언자의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이 사회의 빛이 돼 왔다.
그 결과는 몇 년 전 한 시사주간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한국을 움직이는 제2인자」라는 평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김 추기경 재임기간중 김옥균 주교와 강우일 주교 등 2명의 주교를 탄생시킨 서울대교구는 작년 말 현재 1백5만여 명이 넘는 신자를 포용하는 거대교구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갈수록 대형화돼 가는 교회건물만큼이나 높아가는 공동체 의식결여와 늘어나고 있는 내담자 문제 등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김 추기경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고민이기도 하다.
현재 김 추기경 주도하에 추진되고 있는 2천 년대 복음화를 위한 일련의 작업들은 바로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의지의 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장 착좌 25주년을 맞이한 김수환 추기경은 조부가 병인박해 때 순교한 순교자 집안의 8남매 중 막내로 1922년 5월8일 대구에서 출생했으며 45년 일본 상지대 수료, 50년 성신대학 졸업, 51년 사제서품 및 안동본당 주임, 56~64년 서독유학, 64~66년 주교 승품 마산교구장 취임, 68년 4월28일 대주교 승격 서울대교구장 취임, 68년 5월29일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했다.
독서를 즐기며 ‘마태오 수난곡’을 즐겨 감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수환 추기경은 독어 일어 불어 영어 라틴어 등 5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의 뛰어난 어학실력도 갖추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