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전승’에 수록된 중요한 내용들이 많지만, 독자들의 신자생활에 직접 관계되는 몇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예비자 교육
‘사도전승’ 제15-19장에 성인(成人) 예비자들의 교육에 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처음으로 교회에 찾아온 예비자는 예비자 등록에 앞서 믿음을 가지려는 동기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이때 본인의 대답뿐 아니라 그를 교회에 인도한 후견인의 증언이 있어야 한다. 이 심사는 지망자의 윤리적 생활, 사회적 신분 그리고 직업 등 여러 각도에서 엄격히 행해진다. 특히 금지된 직업에 관한 심사에서는 윤리적으로 비난받는 직업이나 미신행위와 관계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제외되었다. 예비자로 등록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3년간의 교리교육을 받게 되는데, 본인의 교리 받은 태도와 생활태도에 따라 이 기간은 가감될 수 있다.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예비자들은 성찬전례에 참여할 수 없었다. 교리 강습일에 예비자들은 강의를 들은 다음 기도모임을 가졌는데, 이 기도모임에는 남자석과 여자석이 분리되어 있었으며, 여자들은 요즘의 미사수건에 해당되는 ‘빨리오’로 머리를 가려야 했다. 만일 예비자 기간 중에 주님의 이름 때문에 순교할 경우, 아직 물로 세례(水洗)를 못 받았다 하더라도 피의 세례(血洗)로 의화되어 구원받게 된다고 한다.
세례자의 선발과 준비
3년간의 예비자 교육이 끝날 즈음 세례일을 적어도 일주일 앞두고, 예비자들은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받는다. 이 심사는 예비자 등록을 위한 심사와 그 성격을 달리한다. 예비자 등록을 위한 심사에서는 결혼생활, 성(性)관계, 직업 등의 금지 사항들에 대한 심사가 주종을 이루었지만, 세례 대상자의 선발심사에서는 예비자 교육기간 동안의 생활 전반에서 전향적인 발전이 있었는지에 대해 심사한다. 이 심사에서 예비자 등록 때에 그를 인도했던 후견인이 다시 그에 대해 증언한다. 따라서 이 증언은, 후견인들이 3년간의 예비자 교육기간 동안 자기가 인도했던 예비자를 계속 돌보아주고 지도했음을 말해주는 동시에 그 예비자가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하느님과 교회 앞에서 책임 있게 증언할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후견인 제도는 후에 세례 대부, 대모 제도로 발전 되었다. 세례식은 초대교회의 전통에 따라 부활밤에 실시된 듯하다. 선발된 예비자는 목요일에 목욕하고, 금요일에 단식하고 토요일 오후에 주교로부터 성대한 구마식을 받는다. 그리고 토요일 해가 진 시각부터 철야기도를 시작하여 성세식을 거행할 때까지 계속한다.
입문성사 : 세례 견진 성체
‘사도전승’에서 가장 긴 장인 제21장은, 예비자가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를 연이어 받음으로써 신자 공동체에 들어오는 입문성사의 전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최초의 교회문헌이다. 세례예식은 철야기도를 하는 중에 수탉이 우는 시각에 맞추어 성당 밖에 있는 세례소에서 실시되었다. 세례에 앞서 예비자가 악마와 모든 미신행위에 대한 공적인 포기선언을 하면, 사제는 그에게 ‘구마의 기름’을 발라주는데 이 기름은 요즈음의 예식서에 나오는 ‘예비자 성유’에 해당된다. 세례는 수세자가 옷을 벗은 상태에서 세 번의 침수로 거행되며, 매번 신앙고백, 안수, 침수의 순으로 반복된다. 첫 번째 침수에서는 성부에 대해, 두 번째 침수에서는 성자에 대해, 세 번째 침수에서는 성령과 성교회와 육신부활에 대해 신앙고백을 하는데, 이 전체 내용은 ‘사도신경’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면, 사제는 ‘거룩한 기름’을 수세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발라주며, 여기까지의 예식이 세례성사에 해당된다.
수세자들이 몸을 닦고 옷을 입은 후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주교는 그들에게 안수한다. 이어 주교는 자기 손에 ‘거룩한 기름’을 붓고 그 손으로 안수하고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하면서 도유해 주고 이어서 평화의 입맞춤을 한다. 주교에 의한 이 도유는 견진성사에 해당된다. 이때 주교는 세례성사를 받아 죄 사함을 얻은 수세자를 위해 성령으로 충만하여, 앞으로 합당하게 신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으로 성부께 기도를 바친다. 여기에서 보듯이, 세례성사와 견진성사가 원래 연이어 받게 되어 있었지만, 후대에 사목상의 이유로 분리되었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가 있은 다음 입교예식에서 마지막 단계인 성찬전례가 거행된다. 세례와 견진을 받은 사람은 처음으로 성찬전례에 참여하고 성체를 영한다. 성찬전례가 끝나면 주교는 신영세자들에게 윤리생활과 영성생활 그리고 성사와 전례의 신비에 대한 보충교리를 가르쳐준다.
우리는 ‘사도전승’에서, 3세기 초 박해 중에 있던 교회가 성인(成人) 예비자들에게 3년간의 신앙교육과 교리교육을 철저히 시킨 과정을 살펴보았다. 오늘의 한국교회 안에 많은 성인 예비자들이 있고 신영세자들이 배출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냉담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사도전승’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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