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부터 장애와 빈곤의 고통을 겪으면서 남을 돕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년 동안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겹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직접 찾아 용기를 심어주고 그들의 자활을 도와왔던 한 신기료 아저씨의 나눔이 국회의원들의 재산공개로 술렁대는 이 사회에 조그만 희망이 빛을 비춰주고 있다.
서울 신림8동 강남아파트 앞 한 평 남짓한 가게에서 구두수선과 도장 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김황용씨(41‧요한)는 자신도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없는 장애인이다.
“도와준 것이 아니라 나눴다”고 강조하는 김씨의 나눔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떠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한 것”이라는 성서말씀을 통해 이웃사랑이 곧 하느님 사랑임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였다.
20세 때 고향인 수원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김씨는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그런 생각을 할 때 마다 웃음부터 나온다.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보리쌀에 밀가루를 섞어 먹어야 할 만큼 가난했던 김씨에게 나눌 것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김씨는 방안에 틀어박혀 외롭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전신장애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는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에는 편지로 왕래하며 친구가 돼 주는 정신적인 나눔부터 시작했다.
직접 장애인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 또한 장애인인 김씨에게 결코 쉽지 않은 나눔이었다.
장애인들이 김씨의 도움으로 새 삶을 꿈꾸게 되면 김씨는 그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기술학교를 알선해 주고 만약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생활비를 아끼지 않고 건네줬다.
“혼자서 하는 나눔은 쉽습니다. 내가 나눌 여건이 되거나 나누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나누면 되니까요. 여럿이 함께 모여 나눔을 실시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것 같아요”
91년 우연히 장애인을 위한 바자회 티켓을 주위이웃들에게 팔다가 ‘나눔의 행적’을 들킨 김씨는 그들과 함께 ‘한마음회’를 조직했다.
이제는 김씨 혼자서가 아니라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12명의 동네아저씨들이 함께 모여 한마음 한몸이 돼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회장식을 맡은 김씨는 한마음회의 대표로서 이번 서울시가 주최하는 ‘자랑스런 시민상’ 후보에 올랐다.
“원래 개신교 신자였지만 성서를 30번 완독하고 성서 한 권을 필사하던 중 가톨릭교회를 알게 돼 개종했다”는 김씨는 요즘도 세발자전거를 이끌고 매일 새벽미사를 봉헌하러 다닌다. 김씨는 본당에서 마련하는 강좌나 세미나에도 꼭꼭 참석하며 교회 내 출판사가 발간하는 책들은 거의 읽었을 정도로 하느님을 알아가는 작업에는 빈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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