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사목회는 무의탁 출소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꾸려가고 있다. 출소자 형제자매의 경우 사회에 기쁘게 적응할 수 있는 통로의 절정은 무엇보다도 결혼이다.
그만큼 자라온 과정에서 사랑에 굶주려온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농촌 총각들도 결혼을 하지 못해 쩔쩔 매는데 우리 형제들의 경우 장가가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본인의 마음가짐과 무관한 독신생활을 하게 된다. 뜨겁게 사랑을 나누다가도 전과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하루아침에 이별과 냉대의 쓴 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전과자들에 대해 갖는 강한 선입견과 사회 인식이 언제쯤에나 누그러질는지 묘연하다. 얼마 전에 우리 형제들 중에 한 분이 결혼을 했다. 평생을 동고동락하기로 한 여성은 장애인이었다.
처음에 나 자신도 무척 걱정을 많이 했다. “야, 혹시 맹목적인 동정이나 남자의 지나친 욕구 때문에 장가가는 거 아니냐? 결혼은 장난이 아니다”하며 말을 건넸더니 그 형제의 답변이 “신부님, 저는 이제껏 자라오면서 남에게 한 번도 사랑과 희생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방이 활짝 웃어 보일 수 있는 기쁨을 나누어 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운 그 여성을 사랑합니다. 그 여성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떠오르지 않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자매가 이제껏 살아온 마음의 총각들은 눈이 먼 친구들이라 생각됩니다. 그처럼 마음이 넓고 착한 여성을 단지 꼽추라는 부분만 보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하며 오히려 나 자신의 편협한 생각들을 나무라고 새 용기를 주었다.
나는 그 형제의 맑은 눈빛과 결혼의 포부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결혼식이 끝난 후 곧바로 폐백실에서 부모가 없는 그 형제이기에 예쁘게 단장한 신부로부터 고운 절을 받았다. 사제로서는 꿈도 꿔볼 수 없는 폐백의 기쁨을 만끽해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모두는 서로 사랑해야 하며 서로 신뢰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세상적으로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 자라 하더라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쉼 없이 닮고자 하는 사랑이 흐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