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아이 중에 김인영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다. 입학한 날부터 식장에 늦게 들어왔다. 그 후로 계속 공부시간에 어딜 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화장실에 가나 보다 그런 정도로 생각하고 타일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식사시간에 수녀님들이 하는 대화가 내 귀를 솔깃하게 했다. 입학한 아이 중에 아주 인사성이 밝은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수녀님들이 학교에 오갈 때마다 그 길목에서 인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집히는 바가 있어 수녀님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으로 나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영이는 바야흐로 수녀님이 모든 걸 확인하고 인사할 차비를 하다가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인영인 여기서 무얼 하고 있어요? 공부시간인데, 종소리 들었지요?”
그렇다고 고갤 끄덕이는 걸 보니 수녀님께 인사를 마저 하고 교실에 들어올 참이었나 보다. 그런 후에도 계속 늦게 들어와서 아이를 시켜 데리러 보냈더니 이젠 그 길목엔 없다고 했다.
그네를 타고 있는 인영이를 교장 수녀님이 발견했다.
“공부시간에 타지 말고 쉬는 시간에 타야지요.” 그랬더니 “쉬는 시간에는 딴 아이들이 타서 못 타요” 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한 인형이가 시험을 치게 되었으니 어찌 좋은 답안지를 낼 수 있겠는가? 사회시간에 아버지 성함을 쓰는 문제를 낸 적이 있었는데 시험 후 나누어준 답안지에서 짝궁이 인영이의 답안지에서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소리친 일이 있었다. “선생님 인영이 아버지 이름이 우리 아버지 이름과 똑같아요”
달려가 보니 사실과 같았다. ‘그 스승의 그 제자다’ 인영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바라보고 생긋 웃었다.
“김인영은 김씨니까 김자를 써야지요” “내 시험지를 보고 썼나봐요” 그 후에 아버지 이름까지 짝꿍 아버지 이름을 써도 아무렇지도 않은 인영이를 극적으로 만난 것은 시민회관 음악회에서다. 성숙할 대로 성숙한 인영이는 입학 당시부터 수녀님들께 인사하고 칭찬받더니 12년 만에 나를 만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외쳐댔다.
“수녀님, 그간 안녕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