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기에 걸친 영원한 가르침을 위해 2000년 전에 인간의 법이 신의 법을 못 박아 버린 저 십자가 앞에서 말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불쌍한 사람들)의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1802~1885). 그가 한평생 온몸으로 사형제도 폐지에 앞장섰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위대한 작가이기에 앞서 충직한 주님의 종이고자 했던 위고는 「사형수 최후의 날」(Le Dernier jour d‘un condamne, 1829) 등 자신의 작품들에서 회개를 통한 인간성의 완전한 회복을 보여준다.
가톨릭신문이 최근 펴낸 「사형제도에 반하여」(로베르 바댕테르 지음/송민주 옮김/368쪽/1만5000원/가톨릭신문사)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형제도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 로베르 바댕테르(Robert Badinter·90)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헌법재판소장(1986~1995), 상원의원(1995~2011), 유럽안보협력기구 조정 및 중재재판소 재판장 등을 역임한 인물. 1981년 프랑스가 전 세계에서 36번째로 사형제도를 폐지하게 된 데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의 공이 컸다.
바댕테르가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오롯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단체 등에 기고한 글을 묶어낸 「사형제도에 반하여」는 사형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책이다.
‘병든 사회만이 사형제도를 유지한다’(「르 피가로」 문학란, 1970. 1.)를 필두로 ‘사형제도 폐지론자 빅토르 위고’(국립도서관, 2001. 9.)에 이르는 25편의 글들은 법학자의 논고라기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신앙고백에 가깝다.
그의 글은 시종일관 ‘사형제도는 인류의 패배를 상징한다’, ‘인류의 미래는 생명 존중에서 나오며, 생명은 성스러운 것이다. 남의 생명을 취하는 이는 최악의 신성모독을 저지르는 것이다’는 굳은 신앙을 드러낸다.
빅토르 위고를 향해 “그런 수준의 신념, 열정은 단지 이성에서만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 그의 말에서는 강인한 이성마저 뛰어넘는 불굴의 믿음을 돌아보게 한다.
“사형제도 폐지는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 대해 거둔 궁극의 승리”라는 그의 신념은 메아리가 돼 갈수록 세상에 공명을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