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열렸으면 좋겠다는 날이 바자 날이다. 가을이면 불우이웃돕기 바자가 주부교실 주최로 열린다. 이 날이야말로 백중날 조상들 민속 풍습처럼 실컷 사 먹고 학용품도 사고, 부모님 친구 선생님 할아버지 할머니 모든 분들께 선물도 하고, 못 다한 마음을 주고받는 날이다.
여기에서 모은 돈으로는 나환자 소년소녀가장 신체 부자유자 가난한 자…등등 조금씩 어린이의 마음을 선물로 전달하는 매해 열리는 행사다.
주부교실 엄마들은 학년마다 한 코너씩 맡아 빈대떡 떡볶이 오뎅 떡만두 쥐포 오징어…등등 음식 코너와 졸업생 코너 학용품 헌 책 모아 팔기, 헌 옷 헐값으로 바꾸기 시장 조사에서 얻어낸 자투리 헝겊으로 만든 강아지 인형, 삐에로 천사…등등 아이들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기 십상이다.
1·2학년은 2교시부터 시식하러 가야 하니까 돈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가계부를 써본다. 알림장에 내가 사고 싶은 내용을 써보고 예산을 세우는 것이다. 또 돈을 함부로 쓰거나 잃어버릴 염려도 있으니까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해 둬야 안심이 된다. 그러노라면 아이들도 한참 바쁜 시간이다. 이 바쁜 틈을 이용하여 기훈이가 달려왔다.
“선생님, 이따가 나 좀 만나고 가세요” 하는 게 아닌가? “그러마. 대답을 하고 나서 웃음이 나왔다.
딴 반 선생님과 이야길 나누다가 기훈이가 한 말을 해버렸더니 “맹랑한 녀석이네, 꼭 어른 같이 말을 하고…”하고 호호 웃어버렸다.
점심도 사 먹고 물건을 몽땅 사 들고 나타난 기훈이가 교실에 들어오기까지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다.
나는 기훈이 곁으로 다가갔다.
“아까 왜 이따가 보자고 했나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돈 두 장을 꺼낸 기훈이는 “이걸로 선생님 무얼 사주고 싶어요” 하는 게 아닌가?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싶은데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란다.
“선생님께 선물하려고 어제 엄마한테 타 왔어요”
“고마워요. 그러나 그 돈으로 네가 사 먹도록 해요. 선생님은 네 마음의 선물로 기쁘구나” 야단치려는 마음보다 기특하고 갸륵한 생각마저 드는 기훈이의 손을 꼭 쥔 내 손 안으로 아이의 따스한 숨결이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