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슈바이처.’ 아프리카에서 20년 동안 원주민들을 진료하며 자신의 일생을 바친 의사 김청진 박사(62세·안드레아)의 삶은 이 단 한마디의 말로 충분하다.
의술이 아닌 인술을 베풀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인간 생명에 대한 경외와 하느님께 대한 감사 찬미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에서의 의사생활을 마감, 정년퇴임 하고 현재 경기도 분당에서 아내 김영혜씨(59세·모니카)와 살고 있다.
원래 정년인 60세를 넘기고서도 정든 아프리카를 금세 떠나올 수가 없어 근무를 더 연장했던 그가 갑자기 귀국한 것은 더 이상 의사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로 지병인 당뇨병과 간이 악화됐기 때문이었다.
감동 어린 아프리카에서의 20년 삶은 생각처럼 기쁨과 보람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언어와 인종, 음식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혼자 감당해내야만 고독과 긴장이 얼마나 컸던지 그의 투병생활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영어와 불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만 부족마다 자기네끼리 사용하는 피이징 언어가 수없이 많아 2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살았지만 제대로 언어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종종 술로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지요. 또 젊은 시절 몸을 돌보지 않고 정신없이 일만 했던 것이 지금 이렇게 되돌아오나 봅니다”
그가 아프리카행을 결심한 것은 74년 그의 나이 42세 때였다. 부와 명예도 가져볼 나이건만 그는 모든 걸 버리고 아프리카를 선택했다.
세계는 하나로 인식되는 지금과는 달리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느껴졌던 아프리카에 그는 외무부 산하 국제협력단의 일원으로 파견됐다.
만류하는 가족들을 뿌리치고 혼자 첫 부임지 케냐로 떠난 그는 1년 후 아내와 10살, 5살 난 남매까지 데려와 이곳에서 6년, 쿤타킨테의 고향 감비아에서 4년, 정년퇴임 때까지 10년간 카메룬의 바멘다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의료활동을 펼쳤다.
바멘타병원은 카메룬의 수도에서 3백70km나 떨어진 외딴 마을 바멘다에 있는 병원으로 의약품이 형편없이 모자라 돌팔이 의사의 범람으로 그는 종종 가눌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경험해야 했다.
“아프리카에는 돌팔이 의사를 인정하고 있어서 애로점이 참 많았습니다. 닭피를 바른다거나 불에 구워 사람이 거의 죽어갈 때서야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번은 간질병에 걸린 어린 아이를 불에 구워 데려왔을 때 생명을 구하기 위해 팔을 절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먹고 일해야 할 어린 아이의 팔을 그런 일로 잃어버려야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팠습니다”
먹을 것이 제대로 없는 것도 커다란 곤욕이었다. 부인 김씨가 콩을 이용해 두부 만드는 법, 콩나물 재배 등의 기술을 그곳 부인들에게 일일이 가르쳐 주기도 했다.
“떠나오고 싶었던 적이 수없이 많았죠. 자리를 옮겨 도시로 나가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이곳을 나마저 떠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됐습니다. 자식들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부부들이 생활하다 보니 고생도 고생이지만 외로움이 무척 컸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독과 긴장 속에서도 굳이 아프리카를 고집한 것은 그는 ‘사명감’이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지만 가장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인간에게 베푸신 예수님의 사랑을 따르려는 마음이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을 떠나올 때 남겨 둔 집도 재산도 없었고 또 카메룬에서 부친 짐마저 넉 달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아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병든 몸과 얼마 안 되는 퇴직금뿐이다.
그래도 “건강이 회복되면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의 시설에 병들어 누워있는 노인들을 위해 의료봉사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이기와 물질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를 숙연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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