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고 피곤해서 한 번쯤 빠지고 싶어도 혹시 그 순간에 대세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행려자가 생길까봐 벌떡 일어나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지요. 제 손에 대세를 받고 주님 품으로 간 행려자만 4백여 명은 훨씬 넘을 것 같아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보라매병원 복지병동을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찾는 김명옥(59·마리아·서울 동작동본당)씨.
한 주에 평균 3번 정도, 보라매병원에서만 3백여 차례 이상 대세를 준 김명옥씨는 항상 성수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행려자들의 임종에 앞서 한 사람도 놓치지 않고 그들의 영혼을 어김없이 주님 품으로 인도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이 보라매공원으로 이전돼 오면서 행려자를 위한 복지병동이 설립되자 줄곧 이곳 행려자들을 돌봐온 그는 이제 복지병동에서의 봉사가 자신의 가장 큰 일과이자 유일한 낙이 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를 당신 품으로 이끈 그분의 뜻이라 생각하고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김명옥씨는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자고 몇 년간을 씻지 않았던 행려자들을 대할 때 “그들의 발을 예수님의 발이라 생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씻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더러웠다”고 솔직히 털어 놓기도 했다.
동작동본당에서 함께 온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김명옥씨는 동료들과 하루 평균 10명 정도씩 씻겨주고 평생을 외롭게 보낸 이들에게 말동무가 돼 주고 있다.
행려자들과 첫 대면시에는 거칠게 욕을 하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지만 서서히 변화돼 가는 모습에서 그들 속에 숨겨진 선한 마음씨를 발견한다는 김씨는 “오히려 그들은 사랑에 굶주리고 정을 받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이라 일반인들보다 더 친근해지게 된다”며 그때부터 대세를 위한 대화를 시작, 신앙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명옥씨는 “행려자들은 육신보다 마음이 부실해서 일평생을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간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말기 환자의 상태에서 만나지 말고 좀 더 일찍 그들을 만났더라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하나의 영혼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을 얻는다는 김명옥씨는 “어떤 때는 꿈속에서도 자신을 거쳐 간 수많은 영혼들이 별처럼 엮어져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목격할 때도 있다”며 자신도 그 별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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