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제가 가진 것은 신앙과 사랑뿐입니다.”
전국 교도소 방방곡곡을 이마에는 떡 보따리 양손에는 속내의와 양말 등을 챙겨 들고 고무신은 헐거워져 엉거주춤 두 발을 내디디면서도 할머니만을 목말라 기다리는 전국 1천5백여 명의 아들 딸 재소자들을 찾아나서는 안나 할머님의 새해 인사 첫 마디 말씀이었다.
한때의 잘못으로 교도소에 갇혀 있는 아들 딸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주르륵 흘리시며 말문도 제대로 잊지 못하시는 할머님을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며 쉼 없이 본받고자 한다.
교회의 많은 교우분들은 불쌍한 이웃에게 봉사하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희생하고자 하는 분은 참으로 많지 않다. 어느 특정한 곳에 봉사를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자기 가정에 피해가 오거나 불의가 닥칠 때면 금새 봉사의 마음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이 베푼 선행에 결국 이런 식의 갚음을 할 수 있나 하여 분노와 적개심마저 갖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봉사와 맞물리는 철저한 자기희생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사랑의 철칙인데도 말이다.
오늘은 7살, 10살 되는 어린 두 친구가 동네 아줌마의 손목에 이끌린 채 찾아왔다.
사연을 물어본즉 아빠는 죄를 지어 9년형을 받고 지방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어머니는 두 아들을 저버리고 가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애는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이집 저집에서 보호를 받다가 끝내는 어린이 보호단체에 보내 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고아가 되어버린 두 어린 친구가 앞으로 걸어갈 시련의 길을 단지 운명이라고 단정 짓기엔 가슴이 메어질 것만 같았다.
성서에서의 탕자의 비유를 보면, 자식이 부모의 곁을 떠나 방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한다면 요즘 현대판 탕자는 자식은 가만히 있는데 부모가 자기 이기심과 죄악에 빠져 떠나버리니 본의 아니게 집에 남은 자식이 탕자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에 우리 모두는 안나 할머님의 목 메인 기도 소리와 혼신을 다한 사랑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봉사와 희생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의 의무를 가정에서부터 게을리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