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왜 나를 낳았어요 피곤해 죽겠어요.”
소설도 아닌 일이 내 현실 주위에서 기막힌 사건을 만들어 낼 줄이야… 발단은 여름방학 동안 실컷 자유스럽게 놀다가 개학이 되자 빈손으로 학교에 와보니 숙제를 못한 나머지 공부가 시작된 데서부터 생겼다. 40여 일 동안 못한 방학 숙제가 개학 후 새학기를 시작한 공부와 합쳐져서 눈덩이처럼 많아진 것이다. 드디어 인수는 손을 들었다. 학교가 싫어진 것이다. 어느 날 자퇴 선언을 했다.
“나는 학교를 자퇴하겠어요.”
아주 신중한 얼굴로 나타난 인수는 결단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얽매이는 게 싫어. 자유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다구요.”
자퇴란 말이 2학년 입으로 스스럼없이 나올 정도로 책도 많이 읽고 논리가 정연한 아이였다.
“그래 그럼 네 마음대로 하기로 하자. 그러나 이 교실에 다시 돌아올 때는 약속이 있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열 번 하고 문턱을 넘어서기야.”
인수는 다시는 돌아올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엄마와 함께 자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책도 보고 뒹굴다가 엄마가 계시는 약국으로 삐죽이 얼굴을 내민 날은 삼사 일 후였다.
친구들도 다 학교에 가 있으니 자유스럽게 놀자 하던 마음도 싹 가시고 심심해진 것이다.
“여기는 아이들이 없으니 고아원에 가서 놀자” 엄마를 따라 나선 인수는 처음으로 가보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쟤들은 엄마 아빠도 없는 아이들이란다. 얼마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겠니? 엄마는 약국을 봐야 하니까 너는 여기서 놀고 있으렴.”
인수의 마음을 떠보자는 이야기였다. 펄펄 뛰면서 따라나선 인수는 낯선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 다음날 인수는 고아원에는 그만 가겠단다.
“그럼 내일은 딴 곳에 가서 놀기로 하자” 양로원을 찾아간 인수는 합죽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자 친할머니 할아버지 같다고 좋아하다가 드디어 하루를 못 채우고 자퇴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번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엄마, 나 학교 친구도 보고 싶구 선생님도 보고 싶어요.”
엄마손에 매달려 학교로 돌아온 인수의 마지막 고민은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열 번을 하고 교실에 들어설 때까지 하루가 걸렸다는 사실이었다. 어머니의 지혜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일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