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윤지충·권상연 초상화 봉헌한 대전교구 홍용선 작가
“후손들 직접 찾아다니며 복자 얼굴 그려냈죠”
1만원권 세종대왕 그린 장본인
첫 번째 성미술 작품 선보여

복자 윤지충(오른쪽)·권상연 초상화를 설명하고 있는 홍용선 작가.
지난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순교자 현양행사가 개최된 대전교구 진산성지에서는 홍용선(요셉·대전 대흥동주교좌본당) 작가가 그린 복자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의 초상화가 새롭게 선보였다. 기념미사 제대에 봉헌돼 한국교회 순교 복자들을 기리는 이날의 의미를 더욱 북돋웠다.
교구장 유흥식 주교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홍 작가는 “순수한 마음으로 화가로서의 달란트를 봉헌한 것이었는데 감사장까지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겸손해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홍 작가는 1만 원권 지폐에 있는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장본인이다. 그의 세종대왕 작품은 우리나라 화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가톨릭미술가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을 만큼 교회 미술과 연이 없지는 않지만 성미술 작업은 처음이다.
그는 “인물화는 대부분 대상을 보고 그리기 마련인데, 두 복자는 초상화조차 없어 작품 구성에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윤지충 복자의 경우 전남 해남에 사는 후손을 찾아가 직접 사진 촬영을 하거나 사진을 구해서 인물 분석과 형상을 만들었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였던 증조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은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권상연은 후손들의 관련 사진으로 틀을 잡았다.
흉상 작업이다 보니 한복 입은 모델을 직접 섭외해서 그리기도 했다. 수염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수염도 길렀다. 두 명을 동시에 그리는 작업도 만만찮았다.
“사실 한국교회 순교자들에 대해 모르는 바가 많았는데, 두 복자의 순교 이야기를 접한 후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더 조심스러운 자세로 작업을 대하게 됐습니다.”
아크릴화로 제작된 두 복자 초상화는 전체적으로 밝은 화풍에 동서양 기법을 동시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윤지충 복자는 성경을 들고 있고, 권상연 복자는 십자가를 들고 있다. 출생지 진산을 둘러싼 대둔산 배경으로 윤지충 복자는 다소 엄중하고 소신에 찬 느낌으로 표현됐다. 반면 권상연 복자는 따뜻한 인상으로 그려졌다.
“‘이웃집 선비’ 같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는 홍 작가는 “그림을 본 한 지인이 ‘평범한 선비 같다’고 느낌을 얘기했을 때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초상화 작업에 이어서 윤지충 복자의 동생 윤지헌 초상화 작업도 계획 중이다. “앞으로 전공을 살려 판화나 성화 작품들을 제작하고 봉헌하는 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또 저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가서 봉사할 예정입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