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복자 기념일 맞아 순교자 현양 행사 개최… 미사와 도보순례 등 다양
순교신심 되새기며 선조들의 신앙 열정 계승
절두산순교성지-124위 조속한 시성 기원
진산성지-윤지충·권상연 초상화 봉헌
삽티성지-기념 경당 ‘성석당’ 축복식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5월 29일 서울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에서 ‘124위 복자 기념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권세희 기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기념일(5월 29일)을 맞아 순교신심을 되새기고 순교자들의 열정을 오늘날 계승할 것을 다짐하는 미사가 서울대교구와 대전교구에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정순택 주교, 이하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5월 29일 오전 10시 서울 합정동 절두산순교성지에서 원종현 신부(서울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주례로 ‘순교자현양회 124위 복자 기념일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 순교자현양위는 미사를 통해 올해 4주년이 된 124위 복자들의 조속한 시성을 기원했다.
미사에는 약 200명의 신자가 참례했으며 순교자현양위 합창단도 함께해 신앙선조들의 신심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종현 신부는 강론에서 “극심한 박해가 일어나던 당시 신앙인들은 유교 질서의 절대성을 거부하고, 남녀차별과 계급차별도 거부했던 이들”이라며 “그들은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교자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었고, 죽음을 넘어 하느님을 향해 떠난 분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는 죽음의 문화가 반복되지 않고 생명의 문화가 전파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5월 29일 진산성지 순교자 현양대회 후 유흥식 주교(오른쪽에서 여섯 번 째)와 교구 및 금산군 관계자들이 진산역사문화관 개관식 기념 색줄을 자르고 있다. 사진 이주연 기자
같은 날 대전교구는 진산성지(전담 김용덕 신부)와 삽티성지(전담 윤종관 신부)에서 각각 순교자 현양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교회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 출생지인 진산성지는 오전 9시30분 장안동(장태산)에서 성지까지 약 5km의 길을 걷는 도보순례에 이어 오후 2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유 주교는 “교구 설정 70주년과 시노드 본회의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한 은총을 기원하고, 또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시도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복자들의 중재를 청하자”고 말했다. 특별히 이날 미사에는 홍용선(요셉·대전 대흥동주교좌본당) 작가가 그린 윤지충·권상연 복자 초상화가 봉헌됐다. 1만 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조각으로 유명한 홍 작가는 진산성지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아 1년여의 작업 끝에 초상화를 완성했다.
미사 후에는 성지와 인접한 충남 금산군 진산면 실학로 197번지의 ‘진산역사문화관’ 개관식이 이어졌다. 개관식에는 유흥식 주교와 김용덕 신부 등 교구 관계자와 금산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금산군(군수 박동철)이 진산역사문화 관광활성화사업 일환으로 문을 연 문화관은 진산사건과 관련된 사진·문서 등을 정리한 ‘진산사건 사료실’을 비롯해 진산의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진산역사 문화실’로 구성됐다.
황석두 성인의 유해 안장지 삽티성지에서는 오전 10시30분 교구 총대리 김종수 주교 주례로 ‘황석두(루카) 성인 현양미사’가 봉헌됐다. 미사에 앞서 성지 기념 경당 ‘성석당’과 ‘성석천’, 황석두 성인의 빈 무덤 위에 설치한 제대 축복식을 거행했다.
성석당은 우천 시 미사 봉헌이 가능하도록 지어진 다목적 건물이다. 제대는 1960년대 중반부터 25년간 대전 대흥동주교좌성당의 중앙제대로 사용되다가 이후 대전 시내 한 성당으로 이전돼 10여 년간 미사성제를 봉헌했던 것이다. 성석천은 대전 시내 한 성당에서 30여 년간 세례성사를 집전하던 세례대로, 십수 년 전부터 골동품점에 전시된 것을 삽티성지가 인수해 이날 성수대로 축복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