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교파도 나이도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졌기에 ‘화해를 향한 여정’을 걸어야 할 사명은 모두에게 있다. 5월 28일~6월 2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5회 ‘그리스도인 동북아 화해 포럼’(The 5th Annual Christian Forum for Reconciliation in Northeast Asia, 이하 화해 포럼)은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장이었다.
올해 화해 포럼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미국에서 그리스도가 주는 진정한 평화를 애타게 찾는 6개국 92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가했다. 한국교회에서는 최혜영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가 준비위원회의 일원으로 매년 참석하고 있고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4회 화해 포럼에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참석해 ‘제주 4·3’을 주제로 ‘화해와 평화’에 대해 연설하기도 했다.
화해 포럼이 주목하는 주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화해’다. 포럼의 강연과 토론, 워크숍은 신학적, 철학적 논의에서 시작하지만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현재 상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이번 화해 포럼에서는 ‘부상하는 민족주의와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증언’을 주제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맥락을 짚어봄으로써 동북아시아 평화의 길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화해 포럼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한반도 평화’였다. 참가자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하루하루 달라지는 남북관계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점에 공감했다. 더불어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는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의무는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평화의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윽박을 그만두고 화해의 여정은 길고 지난한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해 포럼 의장 크리스 라이스 목사는 “국가적 대립 앞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위협 받고 있다”며 화해의 길에 변함없이 앞장서야 할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사명을 강조했다.
또한 포럼 준비위원인 홍콩 중문대학교 신학부 로룽궝 명예교수는 바오로 사도의 여정을 예로 들며 “우리가 겪는 위기들은 과거에도 있어 왔던 것”이라며 “하느님 안에 ‘옳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고 화해의 여정을 계속하자”고 말했다.
그리스도인 동북아 화해 포럼은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이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극복하고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2014년부터 5년째 매년 열리고 있다. 화해 포럼은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 부설 화해센터(Center for Reconciliation)와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Mennonite Central Committee)가 공동 주최한다. 처음 화해 포럼을 기획한 듀크대 화해센터가 가톨릭 사제인 에마뉘엘 카통골레 신부(Fr. Emmanuel Katongole·노트르담대학교 평화연구소 소장)와 개신교 크리스 라이스 목사가 공동 설립한 기관인 만큼 화해 포럼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 안에 하나돼 화해로 가는 여정에 집중한다.
일본 교토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