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모처럼 밝고, 환한 웃음을 찾았다.
지난 1월 26일 민주당 총재 김대중씨가 문을 연 아·태재단의 고문으로 한국을 방문한 전 필리핀 대통령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1월 30일 오후 1시 서울 강동구 자양동 성당에서 필리핀 노동자 2천여 명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게 자양동 성당에 아키노 여사가 도착하자, 성당 마당과 거리에 운집해 있던 노동자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고, 차에서 내린 아키노 여사는 굳은살이 박힌 노동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성당으로 입장했다. 마치 필리핀 노동자들의 잔치를 방불케 한 이날 미사는 자양동성당 주임 마요한 신부를 비롯 7명의 필리핀 신부들이 공동 집전하고, 주한 필리핀 대사는 물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성당 안과 바깥마당까지 꽉 채운 가운데 진행됐다.
필리핀어로 진행된 이날 미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여자의 몸으로 필리핀 민주화를 앞당긴 전직 대통령인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자신들을 방문해준 것에 대한 감격을 이기지 못하는 듯 시종 밝은 웃음 속에서도 눈물을 글썽이며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 후 인사말을 통해 아키노 여사는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국에서 피땀 흘리는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한 관심을 갖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하고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에 진출, 여러분들이 이 머나먼 타국에서 일하기보다, 고국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건의했다”고 말해 커다란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아키노 여사는 자신의 딸인 영화배우 크리스양이 출연한 비디오테이프 3개를 노동자들에게 선물로 주는 등 어려운 노동조건 속에서도 모국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필리핀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매리암 수녀는 “아키노 여사가 한국과 한국 교회에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모국의 노동자들이 조국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심한 고생을 하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이날 1시 15분부터 4시까지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아키노 여사가 성당을 떠나려 하자, 필리핀 노동자들은 환호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전직 대통령이 찾아준 데 대해 상당히 고무된 상태. 코라손 아키노 여사는 이날 오후 6시 비행기로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을 끝내고 돌아갔다.
한편 인근 컴퓨터공장에서 월 45만 원을 받고 2년째 일하고 있다고 밝히는 필리핀 노동자 당(Dang:멜다·24세·여)씨는 미사가 끝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과 귀가하면서 “오랜 독재를 타도하고 필리핀에 민주의 봄을 안겨준 코라손 아키노 여사를 머나먼 이국땅에서 가까이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하고 “지금은 어렵지만 오는 5월 고국으로 돌아가면 필리핀 민주화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일조할 것”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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