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교구 해미순교성지의 팔각형탑 모양 망루(왼쪽 탑).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무명 신앙 선조들의 순교지,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의 팔각형 탑 모양 망루가 순교자들과 예수님의 삶을 형상화한 예술 작품 공간으로 새단장됐다.
대전교구 해미순교성지(전담 김경식 신부)는 5월 26일 오후 2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망루 축복식을 거행하고 공식 개관했다
35m 높이, 총 145.66㎡ 규모에 7층으로 구성된 망루는 전체적으로 복자 인언민(마르티노), 이보현(프란치스코), 김진후(비오) 3위를 비롯한 무명 순교자들 이야기를 테라코타 부조물로 꾸몄다. 순교자들이 해미읍성에 잡혀 온 모습에서부터 뼈가 부서지는 고문과 박해 속에 순교에 이르는 장면들이 1층에서 6층까지 하나의 연대기처럼 이어지도록 설치했다. 각 층 복도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부활의 장면을 담아서 순교자들과 ‘동행’하시는 예수님 모습을 표현했다. 망루가 ‘여주동행’(如主同行)으로 이름 붙여진 배경이기도 하다. 층마다 2평 정도의 공간을 마련해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것도 특징이다. 망루를 찾는 이들의 작품감상과 기도·묵상을 돕기 위해 내레이션도 준비했다. 전체 작업은 상성규(안드레아·대전 노은동본당) 화백이 맡았다.

5월 26일 해미순교성지 망루 축복식 중 유흥식 주교(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망루 1층에 설치된 ‘해미읍성’ 작품 앞에서 색줄자르기를 하고 있다.
2003년 대성당과 함께 봉헌된 망루는 그간 진복팔단을 의미하는 팔각 모양을 통해 세상 끝날까지 지켜주시는 예수님 모습으로 상징됐다. 성지 측은 망루의 내부 공간을 순례자들이 머물면서 기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해 지난해 초 상 화백에게 작품 구성을 의뢰했다.
이번 축복식은 대성당과 다리(브리지)로 연결돼 교회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예수님을 의미했던 망루가 순교자들과 자신을 되돌아보고 묵상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게 했다는 평을 받는다.
김경식 신부는 “순례자들이 머물고 기도하는 곳으로서, 성지가 좀 더 성지다워지고 또 순례자들에게 성지가 지니는 의의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