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진이 남아 있다.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경제적 이유로 돌연 수거를 중단하자 쓰레기는 쌓여가고 사람들은 대혼돈에 빠졌다. 정부가 내놓은 긴급 대책으로 쓰레기 대란은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는 가톨릭교회는 쓰레기 대란을 겪으며 분리배출이 아닌 ‘최소한의 소비와 배출’이 쓰레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성찰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강타한 이번 쓰레기 대란은 재활용 산업 안에서 가치가 하락한 쓰레기는 더 이상 재활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경제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는 그대로 진짜 쓰레기가 돼 두고두고 우리 사회와 지구를 오염시킨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가는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근본적이고 신앙적인 대책은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연대팀장은 “‘쓰레기’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 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어 버리는 판단기준은 인간의 시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발생하는 쓰레기는 대부분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의 부산물이라는 것이 가톨릭적 생태철학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광란의 소비 세계는 모든 형태의 생명을 착취하는 세계”(230항)라고 비판했다.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소비하며, 소비 형태와 과정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기울여야 할 노력이라는 통찰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백종연 신부가 쓰레기를 양산하는 소비문화를 “생태 문제지만, 동시에 사회문제이자 윤리문제이며 그리스도인에게는 신앙의 문제”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지구를 살리는 신앙 실천은 작고 구체적인 일에서 시작한다.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휴지 대신 손수건을,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며 일회용품 소비와 쓰레기 배출을 줄여야 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다.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소비는 오늘도 쓰레기 산에 또 다른 쓰레기를 더하고 있음을 가톨릭 생태철학과 「찬미받으소서」는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