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전체를 순교자들 이야기로 꾸밀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큰 영광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무명 순교자들의 신앙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해미순교성지 망루 전 층을 테라코타 부조물로 작품화한 상성규(안드레아·대전 노은동본당) 화백. 그는 ‘해미’와 인연이 깊다. 분청사기를 구운 조각으로 무명 순교자들을 표현한 대성당 제대 벽면과 유해참배실의 14처 그림 등 성지 곳곳에서 상 화백 작품이 발견된다. 개인적인 성미술 작업 이력 안에서도 해미성지에 작품이 가장 많다. 수많은 순교자가 이름도 없이 생매장당하고 웅덩이 속에 처박혀 죽어갔던 해미순교성지는 그만큼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망루에까지 순교자들 모습을 담게 되니, 무명 순교자들의 보호하심을 느낀다”는 상 화백은 1년 5개월여의 작업 기간 동안 매일 묵주기도와 9일 기도, 또 해미성지 기도문에 자신의 기도를 덧붙여 봉헌했다. 기도와 묵상 속에서 떠오른 순교자들 모습은 그대로 작품이 됐다.
망루는 6층까지 층마다 다섯 장면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상 화백은 장면들을 퍼즐처럼 만들고 또 각 퍼즐 조각을 찰흙으로 빚어 굽는 작업을 거쳤다. 이런 테라코타 작업은 공기 한 방울만 들어가도 틀어져 버린다. 그렇기에 모든 과정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순간순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폐암 수술 후 한쪽 폐를 절단한 상 화백은 “망루 작품을 하면서 혹시라도 건강이 나빠져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작품을 하면서 암 재발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고, 몸도 더 좋아졌다”는 그는 “그 자체가 묵상이 돼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 화백은 ‘여주동행’(如主同行)이라는 망루 전체 이름처럼 “이번 작품들을 통해 ‘순교자들과 함께하셨던 성령’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님이 아니시면 순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죽음이 계속 눈앞에 닥쳐왔는데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체험하지 못했다면 두려움과 무서움에 목숨을 내놓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상 화백은 “성미술은 개인적으로도 늘 자신을 되새겨 보게 하고 성찰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라면서 “앞으로 내포성지 성인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은 병풍 제작과 제대 벽면 부조 작품을 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