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날씨가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도 공소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3시간을 꼼짝 않고 강론을 듣는 그들의 모습은 바로 말씀에 목마른 양떼의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그리고 지난해 12월 9일 재입국, 40일 동안 연변 과학기술대 명예교수로 생활하고 지난 달 귀국한 김현욱(돈보스꼬·민족발전연구원 이사장) 전 국회의원. 그는‘잠자고 있지만 선교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연변 과학기술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강의하면서 인근지역 공소 20여 군데를 방문, 그들의 생활을 나름대로 샅샅이 훑어보고 왔다는 그는 “냉담자가 많아 신자임을 드러내 놓고 사는 사람은 찾기 힘들고, 그나마 남아 있는 신자의 80% 이상은 70대 노인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드러난 신자는 3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주 정부는 6천여 명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연변 조선족 자치주 내에 천주교 신자는 대략 1만여 명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연길성당에서 두 달 반가량 강론을 맡아 했고, 공소를 찾아 신자들을 모으고 기도모임을 갖게 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활동에 정부 측으로부터 별다른 제재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부분의 공소는 터만 남아 있고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연길에서 3시간 거리인 북하마탕성당과 용정의 성교촌성당 등에서 어렵게 찾은 신자 몇 명을 중심으로 냉담교우 찾기에 나서 귀국할 무렵엔 수십 명이 모이는 꽤 큰 신앙 공동체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2박 3일간의 성령쇄신 기도 모임도 두 차례 가졌다.
중국에선 10명만 모이면 종교국에서 그 모임을 인가해주기 때문에 신자들의 기도모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그는 밝혔다. 물론 그러면서도 전교활동은 법으로 금하고 있는 실정.
“현지 주민들의 생활은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되지만 신앙이나 교회 재건에 관심을 쏟을 만한 여유는 엄두도 못 냅니다. 전례 도구는 물론이고 영적 독서책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구약 합본 성서가 큰 재산으로 취급되고, 박도식 신부님의 「무엇하는 사람들인가」만 읽어도 대단한 행운으로 여겨지거든요.”
따라서 잠자는 그들의 신앙을 일깨우고, 자생력을 갖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대북 선교를 위해서도 연변지역을 간접 통로로 선정한 것은 저로서도 참 잘한 일로 생각됩니다. 중국 진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도 모임을 통해 오랜 기간 냉담에서 비롯된 내적 상처를 치유해주고 그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급선무임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그동안 온갖 고초 속에서도 신앙의 뿌리를 잃지 않으려고 애써온 그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순박하고 언어 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 선교엔 더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한때 조선 교회에 속한 한 형제들 아닙니까. 이들에게 참 신앙을 찾게 해주는 것이 한국 교회에 맡겨진 큰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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