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울산쪽 꼬불길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 문무왕 수중왕릉이 나온다. 이를 지나면 원자력 발전소 사택이 있는데 여기에는 조그만 양남공소가 있다.
이곳 주일학교는 지난해 6월 개설됐다. 공소가 대부분 그렇듯 모든 것이 부족했다. 특히 45명 정도의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교육할 사람이 없었다. 레지오 단원들 위주로 뜻 있는 어머니 몇이서 3개 반으로 나누어 주일학교를 맡았다. 유치반은 공소에서, 좀 큰 아이들은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시작했다.
나는 10년 전 단지 결혼을 위해 세례를 받았다. 신심이 약한 탓에 주일미사도 잘 참례 않는 발바닥 신자였다. 지난날 약간의 교편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주일학교를 맡게 됐다.
아이들을 맡게 되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고백소에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면 신부님은 늘 인간인 내 자신이 한다고 생각지 말고 하느님이 이끌어 주시니까 열심히 하라고만 하셨다.
이렇게 하여 나는 교사학교에 참석하게 됐다. 매 시간마다 들어오셔서 열강하시는 신부 선생님들, 카타리나 선생님의 고운 목소리, 안토니오 선생님의 노래 등 어느 것 하나 나를 감동시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비록 학교 졸업한 지 10년이 지난 후의 공부였지만 열심히 했다.
놀고 싶고 자기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어린 교리교사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기도 하고 돌아가 열심히 가르쳐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비록 지식은 부족할지라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다스리는 데 경험이 많은 어머니들이 주일학교 교사로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교육국장 신부님, 교사학교를 위해 애쓰신 대구 교육국 선생님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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