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광동본당 신자들 뜻모아 시작한 ‘한 형제회’ 설립 30주년 맞아 기념미사 봉헌
농어촌 본당에서 해외교회 후원까지… 사랑 나눔 30년
재정 어려운 본당 지원으로 시작
아프리카·중국 등 해외교회도
현재 해외 선교사 돕기에 집중

‘한 형제회’ 회원들이 단체 지도를 맡고 있는 황용연 신부(대전교구)가 요양 중인 대전에서 설립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 형제회 제공
허허벌판 농촌마을, 첩첩산중 산골마을, 머나먼 곳에 있는 해외 오지마을까지. 이런 외딴 곳에서도 신앙이 활짝 꽃 필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해온 평신도 단체가 있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한 형제회’(회장 김택용, 지도 황용연 신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 형제회’는 농촌과 어촌 등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본당과 공소를 비롯해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을 지원해왔다. ‘작은 나눔은 큰 기쁨’이라는 사명감 아래,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묵묵히 실천하는 활동이었다.
‘한 형제회’는 1988년 4월 1일 서울 불광동본당에서 농촌본당을 돕기 위해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다. 단체 모임을 주도한 김택용(아우구스티노) 회장은 농촌본당 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농촌 교회를 돕는 후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기타학원을 운영했던 김 회장은 우선 성당에서 중고등부 학생들과 주부를 대상으로 기타교실을 열고 그 수강료를 가난한 농촌본당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어 보다 많은 신자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 공식적으로 단체를 만들게 됐다.
당시 김 회장과 회원들이 직접 본 농촌본당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다. 주임신부는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생활해야 했고, 연로한 수녀도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신부와 수녀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친척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이에 회원들은 모임 운영 초기엔 주일헌금이 10만원 미만인 농촌본당을 대상으로 나눔을 이어갔다. 주로 원주·춘천·안동·광주대교구 본당 20여 곳에 매월 20~40만 원씩을 보냈다. 고장 나거나 낡은 음향장비를 수리해주거나 교체해주는 활동도 회원들이 맡았다.
김 회장은 “당시 회원들과 함께 농촌본당에 가서 음향장비를 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3시가 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회원들은 힘든 기색 없이 신나게 봉사하러 다녔다”고 전했다.
이후 국내 본당들이 재정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 교회를 비롯해 중국 연길의 조선족 교회 등 해외교회를 돕기도 했다. 이들의 나눔은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상황이 열악한 개신교회에까지 뻗어나갔다.
최근 ‘한 형제회’는 선교사를 돕는 후원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목단강, 농촌 공소 등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에게 매월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30주년을 맞이한 현재까지 매월 정기적인 모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10여명 남짓이다.
김 회장은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예수님의 지상 명령”이라며 “더 많은 후원회원들과 함께 더 많이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 전체 소득은 높아졌지만 도농 간 격차는 더욱 커졌다”면서 “특히 교회는 농촌 교회를 비롯해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와 그곳의 선교사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형제회’ 회원들은 지난 5월 8일 단체 지도를 맡고 있는 황용연 신부(대전교구)가 요양 중인 대전에서 설립 3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황 신부는 이날 강론에서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렇게 본당 운영과 선교 활동을 한결같이 봉사하는 모임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면서 “이는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 010-3750-3531 한 형제회 김택용 회장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