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고속도로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어르신네들에게 세배 가는 인파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설날은 공휴일이 아니어서 이런 광경은 볼 수 없었다.
"명절만이라도 부모님과 노인들에게 찾아뵙고 기쁘게 해 드리자"는 취지 아래 72년부터 끊임없이 신문, 잡지 등에 설날 공휴일을 주창, 투고해온 한 개인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과 같은 설날 모습은 없었는지 모른다.
우리의 좋은 전통인「경로효친사상」을 부활하고 날로 심각해져 가는 노인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느 누구보다 앞서 달려온 한국 노인학회 회장 이돈희씨(47세·임마누엘).
그는 벌써 30년 전인 고 2 때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기억하는 날로「아버지의 날」을, 대학교 4학년 때는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노인분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 드리자는 뜻에서 4월 27일「노인의 날」을 만든 장본인이다. 71년에는 자신이 직접 서울 신촌 로타리예식장에서 마포 관내의 불우 노인 4백50여명을 초청, 제1회「노인의 날」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노인입니다. 5천년의 거대한 역사 속에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젊은이와 노인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노인 예비자들인데도 불구하고 노인문제를 마치 강 건너 불로만 생각하고 있으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가 노인과 경로효친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집에 구걸 나온 한 할아버지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알 만한 유명 인사를 자식과 며느리로 둔 할아버지의 "자식의 눈치와 며느리의 괄시를 받느니 차라리 구걸이 마음 편하다"는 얘기에 그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가정에서조차 버림 받은 부모, 늙어 병 들었다고 천대 받는 노인, 양로원에서조차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불쌍한 노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가정과 이 나라를 맡아오신 노인들이 늙고 병들었다고, 이제는 경제적인 힘이 없다고 외면해서야 되겠습니까? 핵가족이란 명목 아래 점차 희박해져가는 경로사상과 노인 공경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인의 날을 두자고 벌써 몇십 년을 혼자서 외쳐 왔지만 개인의 힘은 너무나 미약한 것 같아요"
경로효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노인의 날」공식 지정을 위해 그가 신문, 잡지 등에 투고한 것만도 수천 번이었다. 아예 돈을 주고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때로는 돈키호테 같은 생각이라고 놀림도 받고 또 노인을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노인문제는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이며 사랑이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이지요. 누구나 저의 뜻에 동감하면서도 실천은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조금씩 실현시켜 가고 있는 원대한 꿈은 바로「노인마을의 건설」이다.
한국토지개발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노인마을을 건설할 부지를 자신의 힘으로 얼마 마련해 뒀다. 성당, 노인대학교, 체육시설, 병원, 농장 등의 각종 시설이 들어서려면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는「하느님의 뜻」으로 노인들을 위한 마을이 멋있게 세워질 것을 그는 확신하고 있다.
그의 이런 미래 설계는 91년 현대사회연구소에서 공모한「서기 2천년을 대비한 나의 미래 설계「노인마을 만들기에 일생을 건다-나의 꿈, 효친경로사상의 부활」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노인문제를 연구하다 보니 무척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저의 집에 마련한 노인학회도 노인문제 연구, 자료 수집 등에 재정적, 인적 자원의 부족을 겪고 있지요. 교사 생활을 하는 아내가 저의 강력한 후원자입니다"
최근 공개적으로 "노인문제 해결과 노인학을 도입, 연구, 발전시키고 노인 사회에 공헌하고자 큰 뜻을 가지고 계신 독지가나 재단은 저를 사시라"는 광고까지 낸 그가 강조하는 경로효친 정신이야 말로 날로 각박해져 가는 이 시대를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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