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여성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주었다는 것이 제일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게 맡겨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지점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된 이필영씨(49세ㆍ소피아). 이씨는 지난 2월 25일자로 상업은행 서울 남역삼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미 이씨는 1978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리로 승진, 당시 은행계는 물론 여성계에서도 힘찬 격려의 박수를 받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첫 여성 대리가 됐을 때는 여직원들이 여성 상사이니 우리를 많이 이해해 줄 것이라며 무척 좋아들 했어요. 마치 언니 같은 역할을 기대했죠. 그러나 직장이라는 곳이 조직사회인데 가족관계 같을 수는 없잖아요?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던 여직원들도 이번 저의 지점장 승진을 같은 여성이며 직업인으로서 축하해 주고 있습니다"
책상 가득 수북이 쌓인 축하 전보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이라는 장애 아닌 장애를 딛고 당당하게 걸어왔던 이씨의 전력을 말해주는 듯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업은행에 입사해 내년이면 입사 30주년을 맞는 이씨는 "힘들거나 어려웠던 일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결코 내 직업에 싫증이 나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다니고 싶었던 대학에도 진학하고 경제적인 자립도 얻을 수 있었던 직업이 내겐 아주 소중했다"고 밝힌다.
갖가지 사고, 남녀 차별, 인사이동에서의 좌절 등 어려움 속에서도 직업에 대한 확고하고도 투철한 신념과 항상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생활해올 수 있었던 근원에는 "신앙이라는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씨는 지난 82년 창립한 상업은행 가톨릭 신우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며 제10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뿌리 깊은 신앙생활과 신명 나는 직장생활로 결혼도 잊은 이씨는 아직 미혼이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단순한 업무직이 아니라 관리자, 기획자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직무 능력,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승진 시험의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먼저 그 시험에 실시되면 당장 합격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요구는 관철됐으나 막상 실력이 모자란다면 직장 안에서 여성들의 힘이나 위치는 항상 그 자리일 수밖에 없지요"
"자기만족 없이 고객 만족은 있을 수 없으므로 직원들 먼저 신바람 나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 새 지점장으로서의 각오"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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