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광을 가장한 신 고려장. 일평생 자식을 위해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가 꼬부라진 노인을 관광시켜 준다고 제주도에 데리고 가 길거리에 버리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는 신종어(?)다.
이렇게 삭막해져가는 가정을 되살리기 위해 국제적으로 또 교회적으로 94년을「가정의 해」로 선포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일구고 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인천교구 부천 여월동본당 최분옥(마리아ㆍ34세)씨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피폐해져가는 가정에 청량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인천 여월동본당(주임=제정원 신부)이 수여하는「제2회 여월밑돌상」 효행부문상을 수상한 최분옥씨는 자신도 지체장애인이면서 지난 81년 정신지체 장애인인 남편 오동진(요셉ㆍ42세)씨와 결혼해 아흔 살이 넘는 시어머니와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부천에서 살기 전에 서울 해방촌에서도 작고하신 시아버지를 봉양했다는 이유로 관에서 효행상을 주려해 거절했으나 이번에는 거절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한 것 없는 내가 이런 상을 타게 됐다"며 얼굴을 붉히는 최분옥씨는 "부모에게 할 일을 당연히 한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2년 전 서울에서 조그만 봉제공장을 경영하다 갑자기 화재로 인해 공장이 문을 닫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누이들에게 하나 남은 집마저도 내준 최씨는 단돈 80만 원을 갖고 부천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하루 두세 시간을 자면서 열심히 일한 결과 지금은 화재로 인한 빚도 어느 정도 갚게 됐고, 전 세계에 수출하는 무역업의 어엿한 여사장이 됐다. 무역협회에 등록된 경영자 중 여성은 최분옥씨 한 명뿐이라고.
최분옥씨는 그동안의 어려웠던 일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되기까지 물론 나의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지만 주님이 보살펴 주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 했다.
또한 장애인 복지회 용산지회 홍보과장으로 일한 바 있는 최분옥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종합복지관 설립이 제일 큰 꿈"이라며 기능직 사원을 쓸 때도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고용하는 등 이 사회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을 몸으로 보여주고 사는 최씨는 삶에 지쳐 힘들 때 "아이들이 어린 아이 같은 아버지를 극진히 대하는 것을 볼 때마다 힘을 얻곤 한다"고 전하면서 "불구인 내가 학교에 갈라치면 여느 아이들처럼 창피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하는 아이들과 늦도록 일하고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면 한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시어머니가 내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라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의 고통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사는 최분옥씨의 환한 웃음으로 항상 밝고, 기쁨이 넘치는 한 가정을 이루기까지 그 뒤에는 남모르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수줍은 듯 외소해 보이는 최분옥씨의 가냘픈 모습에 숨어 있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가정의 해」를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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