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9일 봉헌식을 거행하는 마산교구 명례성지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
“당신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자신을 녹이며 순교한 소금 장수 복된 신석복 마르코의 믿음을 어여삐 여기시어 그의 후손인 저희도 세상의 소금이 되게 하소서.”(명례성지 기도 ‘세상의 소금이 되게 하소서’ 중에서)
124위 복자 신석복(마르코, 1828∼1866)의 삶과 영성을 기리는 마산교구 명례성지에 새 성당이 지어졌다. 5월 19일 오전 11시 교구장 배기현 주교 주례로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3 현지에서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 봉헌식을 거행한다.
2006년 신석복 복자의 생가터를 발견한지 12년 만에, 지난해 3월 성당 기공식과 함께 새롭게 성역화사업을 추진한 지 14개월 만이다.
복자 신석복 마르코는 1828년 현재 성지가 위치한 곳에서 태어나 소금과 누룩 상인으로 생활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돼 대구감영으로 끌려가 순교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명례성지는 복자의 생가터일뿐 아니라 한국인 세 번째 사제이자 한국 땅에서 최초로 서품된 강성삼(라우렌시오, 1866~1903) 신부가 사목한 곳으로도 의미 있다.
이곳에 성지가 만들어지고, 기념성당이 완공되기까지는 성지를 담당하고 있는 이제민 신부의 열정과 수고가 컸다. 2006년 복자의 생가터를 발견하고, 2011년 일대 땅을 매입했다. 당시 생가터에는 소, 돼지를 키우던 축사가 들어서 있었다.
이 신부는 후원회원을 모아 성지조성에 나섰고, 소금 장수 신석복의 영성을 새기며 ‘녹는 소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신부는 “우리 인생의 목표는 순교다”라고 강조하고 “오늘날은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너무도 녹지 않는 세상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녹이는 소금과 같은 순교의 삶을 묵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성당 설계는 건축가 승효상씨가 맡았다. 성당 모습에도 ‘녹는 소금’ 영성이 드러난다.
이 신부는 설계에 앞서 3가지를 요청했다. 언덕 위에 세워지지만 녹아사라지는 성당으로 순례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들 것, 언덕과 능선을 살리고 강이 내려다보일 것, 기존 성당인 ‘성모 승천 성당’(경남도 문화재)이 위축되지 않을 것. 그 바람을 담아 기념성당은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땅과 맞닿게 드러나지 않게 지어졌다. 200석 규모의 성전과 전시관, 세미나실 등이 들어서 있다.
올해 안에 사제관, 수녀원을 새로 짓고 피정센터인 순례자의 집도 마련할 계획이다.
9월, 성당 순교자탑에 신석복 복자 유해도 모신다.
이 신부는 “후원회원들에게 감사한다. 정성껏 성금을 내고 기도해준 후원회원들 덕분에 성당을 짓게 됐다. 순수하게 녹는 마음으로 성지를 짓는, 회원들과 봉사자들의 뜻이 이곳에 머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55-391-1205 마산교구 명례성지

신석복 복자의 생가터를 발견했을 당시 자리잡고 있던 축사. 마산교구 명례성지 제공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