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잘 안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서울 우이본당은 고해소 안에도 헤드폰을 설치했다.
“아가씨는 누구야? 미안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려. 근데 우리 손녀랑 꼭 닮았네.”
올해 아흔다섯인 이순성(안나) 할머니는 매일 미사를 드린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할머니의 귀는 오래 전부터 잘 들리지 않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다.
‘안나 할머니’가 매일 성당을 찾을 수 있는 데는 서울 우이본당(주임 김세훈 신부)이 어르신 신자들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배려 덕이 크다. 평일 미사뿐 아니라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우이본당은 어르신 신자들을 위한 배려를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성전 안에는 강론이 잘 들리는 ‘보청기 설치 좌석’을 마련했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은 ‘보청기 설치 좌석’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강론과 해설을 듣는다. 말씀을 더 잘 전하려는 노력은 고해소에도 있다. 고해소 안에는 헤드폰이 설치돼 있어 맞은편에서 마이크로 말하는 신부의 목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성당 문도 바꿨다. 무거운 문은 열고 닫기가 불편했다. 어르신들도 손쉽게 열 수 있고 닫힐 때는 서서히 알아서 닫히는 편리한 문으로 교체했다. 엘리베이터 앞마다 소파가 놓여 있는 것도 특이한데 유난히 느린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장만했다. 걸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미사 중 옆에 세워둘 수 있는 지팡이를 선물했다. 지팡이를 내려놓고 들어올릴 때 몸을 숙이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본당 주임 김세훈 신부는 “우리 교회가 좀 더 노인 신자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이본당에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200분 정도가 있는데 그 중 180분은 매주 미사에 오는 분이예요. 결국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은 어르신들인 거죠.”
김 신부는 “어떻게 노인들이 더 편하고 더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사라지고 어르신들만 자리를 지키는 교회의 모습은 우이본당만의 일이 아니다. 떠나는 청년들의 뒷모습에 안타까워하는 사이 정작 교회와 같이 나이 들어 온 어르신들과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스민 우이본당이 던진 질문이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