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니 동창신부 고별사 전담사제가 된 듯 합니다. 재작년 친구 김동한 신부 영결미사때 나보고『다음은 자네 차례니까 그때는 내가 조사를 하겠다』고 하던 친구가 바로 저기 누워있는 저 친구입니다. 동창들인 저희들은 오는 12월 15일이 사제서품 40주년되는 날입니다. 저기 누워있는 신 스테파노 신부와 저는 사제서품 40주년 기념으로 일본 북해도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구경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이제는「트라피스트」가 아니라「세라피스트」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잘알고 계시겠지만 이 사람 신신부만큼 조용한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팔음계 중「솔」이상의 큰 소리를 낼줄 몰랐습니다. 9년동안 지도신부로 계셨던 샬뜨르성바오로수녀원 수녀님들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참으로 이상한 성격이었습니다. 데레사 성녀와 같이 언제든지 뒷전에서 남을 돕고 따라가는 성품이었습니다.
평생 남앞에 나서서 나를 따라오라고 한적이 없고 향상 겸손한 데레사 성녀의 정신대로 살아 왔던분입니다.
이같이 조용한 성품을 가졌으면서도 동창신부들끼리 어울리면 우스개소리도 곧잘 했답니다.
언젠가 신신부는 동창신부들 앞에서『나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어. 한티마을 근처가 고향인 아버님과 청도군 갑골리 납작바우 뒷동네가 고향인 어머님이 어떻게 만났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라고 재미있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에 죽은 김동한 신부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람이었지만 신신부는 그런방면에는 별로 신경쓰지않고 고요하게 평생을 살아온 분입니다. 김신부가 마르따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사제생활을 한 분이고 신스테파노는 마리아의 역할을 해오신 분으로 각기 맡은바 사명을 잘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기에 말입니다.
친구들이 차례로 운명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도 준비를 해야지, 5년이다 10년이다 미루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은 이제 내 차례입니다. 이 세상에서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일할 각오입니다. 신신부가 주님품에 안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천국에 신신부가 거처할 방을 마련해달라고 주님께 매달릴 생각입니다. 전세가 안되면 사글세 방이라도 좋으니까 천당에 신신부의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신신부님 생전에 친구의 도리로서 신신부가 사적으로 혹시나 금전거래가 있었다면, 신신부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받으신 분이 있다면 이 소생을 찾아와 주십시오.
영원한 삶을 향해 떠나가신 신 스떼파노 신부와 이제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립니다. 주님곁으로 가신 신신부님에게 우리 모두 기도의 꽃송이를 곱게 뿌려주십시오. 여보게 친구, 고이 잠드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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