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달 그림자/물결 위에 차고/한 겨울에 거센 파도/모으는 작은 섬/생각하라 저 등대를/지키는 사람을/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전라남도 목포에서 배로 7시간을 달려가면 기암절벽의 황홀한 절경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거친 파도 한가운데서 빛을 밝혀 많은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지기 이영숙(시몬ㆍ47세)씨가 근무하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홍도2구 홍도 등대(홍도 항로표지 관리소)다.
지난 76년부터 등대지기(항로표지원)로 바닷바람과 더불어 살고 있는 이영숙씨는 지금까지 홍도를 비롯, 죽도 하조도 소흑산도 가사도 목포 구칠발도를 거쳐 지난해 겨울 첫 근무지인 이곳으로 다시 부임하기까지 18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깜깜한 밤바다에서 항해하는 어선들의 방향잡이가 된다는 게 설레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남들에게 말 못할 사연들이 많다』며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을 되돌아보는 이영숙씨는『여덟 번째 부임지인 홍도가 첫 근무지여서 감회가 새롭지만 18년간 이 곳에서 초년병으로 근무를 시작할 때 곁에 가족이 있었으나 지금은 나홀로 남아 있다는 게 가끔 나를 외롭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가족은 현재 광주직할시 서구 광천동에서 따로 살고 있다.
이영숙씨는 2천여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심어 주었던 예수의 부활을 깜깜한 바닷가를 응시하며 오늘도 무사히 모든 배들의 순조로운 항해를 기원하며 맞는다.
「등대지기」 노랫말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담고 사는 이영숙씨의 눈은 바다를 담고 있다. 거센 파도와 비바람 속에서 지낸 20년에 가까운 그의 삶이 사회인에 뚜렷한 업적이나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지라도 등대지기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사는 이씨의 얼굴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다.
이씨는 "등대지기가 된다는 것은 낭만적이거나 쉽게 해볼 만한 직업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설명하면서 "남다른 사명의식을 갖지 않으면 이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없어 마냥 외로워하다 중도하차하게 된다"고 말했다.
섬을 뒤덮는 파도 속에서도 불을 밝혀 항해하는 배들의 안전을 지키는 직업, 인간에게는 눈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등대지기 이씨의 모습이 부활절을 맞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더욱 특별히 다가오는 까닭도 이 때문일 것이다.
부활한 예수가 있기에 우리 모두가 신앙을 지켜 나가듯이 험한 파도를 헤치고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이씨는 한 줄기 생명의 빛을 심어주고 있다.
한편 항상 홀로 있기에 인생과 자신의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기회가 많다는 이영숙씨는 "신학교를 다니다 지금은 전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 성은(사베리오)이에게 신앙적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선박들의 무사항해를 위해 기도를 하게 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씨는 또 "다행히 홍도에는 공소가 있어 주일에 공소예절이라도 참례할 수 있으나 이곳저곳 섬만을 돌아다니다 보니 신앙생활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며 "동생이 홍도의 전교회장으로 일하면서 가톨릭신문에 연재되는 성서, 교리 상식 등을 스크랩, 가르쳐 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예수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어 갖기 바란다"고 부활 인사를 하는 이영숙씨는 "창간 67주년을 맞는 가톨릭 신문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면서 축하 인사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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