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민화위 ‘남북 정상회담 성공 기원’ 담화 발표 취지는
다시 열리는 남북 ‘대화의 문’
이땅에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
교회, 오랜 시간 민족 화해와 일치 위해 노력
“매일 밤 9시 주모경 봉헌 운동에 함께해주길”

3월 9일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모습.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은 남북은 물론 전 세계의 화합을 이뤄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4월 13일 낸 담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하면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4월 13일 발표한 담화에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는 감사와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담겨 있다.
이 주교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마태 6,10)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는 분단 이후 매우 중요한 격동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이후 한반도 분단과 관련된 이해 당사국들의 연쇄적인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0년 6월 13~15일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고 6·15남북공동성명을 내놨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 2007년 10월 2~4일 역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10·4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한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활발한 남북 교류가 이뤄지고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분주히 돌아갔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은 이전 군사정권 시절을 넘어서는 유례없는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됐고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2016년 2월 10일 폐쇄돼 아직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 주교는 담화에서 “시간을 잠시 되돌려 본다면 지난 한 해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의 시간으로 북한과 미국의 거친 말싸움 속에 전쟁의 위기가 높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던 지난 1월 19일 ‘평화의 여정을 시작하며’라는 담화문을 낸 이 주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희망한다”는 한국교회의 간절한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교회의 이 같은 바람은 이 주교가 “극한의 대결 국면은 평화를 위한 대화 국면으로 바뀌었고,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기적처럼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의 결정적 결과물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다. 이전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평양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 세 번째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 정상이 남측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은형 신부(주교회의 민화위 총무)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의의에 대해 “분단 이후 70여년이 지나면서 이번처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해 당사국들의 연쇄적인 대화 움직임은 일찍이 없었다”며 “하느님이 주신 더 없이 좋은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이나 선거 국면으로 인해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가 담화에서 매일 오후 9시 ‘평화를 위한 주모경 봉헌 운동’에 신자들이 동참할 것을 요청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바치는 기도의 연대가 평화를 이루는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한 데에는 남북 분단 이후 찾아온 최대, 최고의 기회를 남북이 하나 돼 뚜렷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묻어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4월 1일 발표한 부활 담화(Urbi et Orbi)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화는 한반도의 화합과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심과 격려를 보낸 바 있다.
1965년 주교회의는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을 제정해 북녘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전통을 세워왔다. 1992년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명칭을 바꿔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서울대교구 민화위는 1995년부터 매주 화요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꾸준히 봉헌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