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눈을 다쳐 실명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던 날 인생의 모든 꿈과 소망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길이 죽음밖엔 없는 줄 알았지요』
정상인보다 열배 스무 배의 노력이 더 필요했던 시각장애인의 몸으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를 수석 졸업한 정영안(예로니모ㆍ34세ㆍ서울 중계동본당)씨는『남보다 머리가 좋아서도 아니고 단지 부족한 점이 많은 장애인이였기에 더 노력했을 뿐』이라며 수석 졸업의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 2월 26일 거행된 졸업식에서 평점 4.5 만점에 4.04를 얻어 수석의 영광을 차지한 정영안씨가 실명하게 된 것은 지난 80년 12월. 국민대 전자공학과를 1년 다닌 뒤 군에 입대를 했다가 군에서 고열탈수증이 걸렸으나 옳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실명까지 겪는 불운에 빠지고 말았다.
뇌 시신경 마비라는 실명 선고를 받고 제대한 정영안씨는 그 후 실의 속에 방황하며 자살까지 생각하고 음독하는 등 중도장애의 비애를 감당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정씨는 88년도에 가톨릭 맹인선교회가 주최한 하계 수련회에 우연히 참가, 인생의 전기를 맞게 된다.
그곳에서 성가대 반주자로 봉사활동을 나온 동갑내기 정윤미(테오도라)씨를 만난 그는 정윤미씨의 극진한 사랑에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고 실명으로 중단했던 학교도 대학 측의 도움으로 사회학과로 전공을 바꿔 재입학을 할 수 있게 됐다.
『집사람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이미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부터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정윤미씨의 도움으로 영세를 하고 결혼식까지 올린 정씨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을 위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길 원했지만 당시 학부에 사회복지학과가 없었기에 사회학을 선택했다.
공부 방법은 강의를 녹음하거나 메모해 와서 테이프를 듣고 복습하거나 부인이 읽어주는 교재를 통해 공부하는 다단계 학습이라 어려움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씨는 졸업식장에서 받은 졸업장을 아내 정윤미씨에게 슬그머니 내밀며『이건 당신이 받아야 할 졸업장』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한다.
『독일에 가서 선진 구라파의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사회 복지 측면에서는 독일이 가장 보편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고 봅니다』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어학을 읽힌 뒤 오는 연말쯤 유학길에 오를 예정인 정씨는 5년 후쯤 귀국한 뒤 특별히 장애인 복지 분야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