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 4·3평화공원서 ‘4·3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마련
희생된 모든 이 기억하며 고통의 길 함께 걷다
주님 수난과 4·3 과정 연계한 십자가의 길 퍼포먼스 눈길

강우일 주교(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문창우 주교(강 주교 오른쪽), 김석주 신부(맨 오른쪽)가 3월 30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된 십자가의 길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옆으로 늘어선 4·3 희생자 1만4232명의 각명비가 보인다.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4·3평화공원. 4·3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처절한 삶을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조성된 평화인권기념 공원으로 2008년 3월 28일 문을 열었다.
35만9380m²(약 10만8900평) 부지에는 평화기념관을 비롯해 위령제단, 추모광장, 위패 봉안실, 위령탑, 각명비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4·3 희생자 1만4232명의 이름이 새겨진 각명비가 유독 눈길을 끈다.
제주교구는 4·3 70주년을 맞아 3월 30일 오후 3시 각명비와 위령탑 일원에서 ‘제주 4·3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을 마련했다. 2013년 3월 29일 4·3 65주년을 앞두고 마련된 십자가의 길 이후 두 번째다.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석주 신부)가 ‘또한 그들의 영혼과 함께’를 주제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제주 4·3의 발생과정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연계한 십자가의 길 퍼포먼스, 제주 4·3 70주년 기도, 교황 지향에 따른 기도, 교구장 강우일 주교 축복 순으로 진행됐다.
강 주교는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는 인사말에서 “2000여 년 전 예루살렘 골고타 언덕에서 희생된 한 사람과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무참히 희생된 수많은 백성들을 떠올려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4·3이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웠기에 모든 걸 참아왔지만 이제는 침묵만 하지 말고 이 세상을 향해 외치면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자”고 말했다.
십자가의 길 퍼포먼스에는 청소년사목위원회에서 위촉한 신자 15명이 출연해 십자가의 길 전 과정을 연극과 춤, 노래로 표현했다. 십자가의 길 중간중간 금관의 예수, 수난 기약 다다르니, 들풀처럼, 꽃, 잠들지 않는 남도, 기억해 주소서,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등을 부르며 함께한 650여 신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제주교구는 이에 앞서 성목요일인 3월 29일 오후 4시 제주해군기지 앞 강정천변에서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주례로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날 발 씻김 예식에는 강정마을 주민과 강정 평화활동가들을 초청해 위로했다.
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