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홍천읍에서 이발관을 경영하는 최광수(39ㆍ스테파노ㆍ홍천본당)씨는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반납한 채 1백 리나 떨어진 장애인 시설을 찾는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고 집에서 푹 쉬고 싶기도 하지만 최광수씨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이미 수 년째 자신을 기다리는 20여명의 눈망울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이 홍천군 서석면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시설인 삼덕원(원장=정지호, 갈리스도)으로 최씨는 매월 한 번씩 찾아와 가족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목욕도 시키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삼덕원에는 정신지체 장애인과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등의 장애를 가진 23명의 가족들이 같은 장애인이면서 원장인 정지호씨와 부인 김종인(엘리사벳)씨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광수씨가 삼덕원 가족들을 찾아와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조금 넘었다. 오래 전부터 삼덕원을 뒤에서 돕는 물질적 후원자로 매월 일정액을 삼덕원에 보내고 있던 최씨는 우연히 이곳을 방문했다가 정지호 원장으로부터 가족들의 이발에 애로를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을 돕겠다는 작정을 하게 된다.
『꾸르실료를 다녀와서 뭔가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있었는데 마침 삼덕원을 방문해서 장애인 가족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20여명의 장애인들이 매달 한 번씩 읍내에 가서 이발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와서 이발을 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요』
그 후 최씨는 매월 셋째 일요일이면 어김 없이 삼덕원을 찾아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하루를 장애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그들의 유일한 친구 노릇을 한다.
아예 자신이 경영하는 이발관에서 이발용 의자를 가져다 제법 그럴 듯한(?) 이발소까지 차려 놓고 남여 장애인들의 머리를 모두 깎아주고 있는 최씨는『삼덕원에서의 손님이 읍내에 차려 놓은 자신의 이발관 손님보다 더 많다』고 자랑한다.
삼덕원을 방문하면서 봉사의 기쁨을 알았다는 최광수씨는 이발은 물론 머리를 감겨주고 목욕까지 시켜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집 수리까지 해야 할 때도 많다.
『쉬는 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싶지만 수 년째 정이든 삼덕원을 찾아오지 않으면 주일미사를 참례하지 않은 것 같아 견디질 못해요. 그래서 2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온 것 같습니다』
최광수씨는 또한 삼덕원에서 이발이 끝나면 홍천에 있는 홍천종합병원에 오후 늦게 찾아가 그곳에 입원한 교우 환자들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이날 하루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발로서 봉사하는 하루로 봉헌한 셈이다.
삼덕원 정지호 원장은『수십 명의 머리를 혼자서 깎아줘야 하기 때문에 몹시 피곤하고 힘들 텐데도 싫은 내색 한 번 내지 않고 장애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최씨야말로 이곳에서는 천사』라고 그를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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