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꾸려나가는 데 있어 ‘사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사제가 있는 곳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이 널리 퍼지고, 성사가 시작되며 신자들이 신앙을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교회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사제직’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한 책이 출간됐다.
「사제직」(마리오 카프리올리 지음/김준년·윤주현 옮김/384쪽/3만원/기쁜소식)이다. 이 책은 1947년 가르멜수도회에 입회하고 약 50년간 로마 테레시아눔 신학부와 영성신학 대학원에서 다양한 영성신학 관련 과목을 가르쳤던 마리오 카프리올리 신부의 저서다.
그는 적잖은 기간 동안 ‘사제 영성’ 연구에 힘을 다했고, 2009년 선종하기 전까지 이 주제에 관한 많은 단행본을 내놨다.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무게감 있는 저서들 중 이번 책 「사제직」을 김준년 신부(대구 도량본당 주임)와 윤주현 신부(가르멜수도회 한국관구장)이 공동 번역했다.
사제에 관한 책은 그간 많이 출간돼 왔다. 그 중 「사제직」은 사제직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부터 시작해 사제의 다양한 정체성, 교회의 사명 안에서 사제직이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을 폭넓게 담았다. 아울러 사제로서 수행해야 하는 세 가지 직무는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하고, 교회의 여러 지체들과의 관계에 대한 조언, 교구 사제만의 독특한 영성은 무엇인지 꼼꼼히 짚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제가 지녀야 하는 순명, 독신, 자발적 가난의 덕에 대한 성찰 및 비전을 제시한다. 또 저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제상 역시 드러낸다.
이 책은 마치 교회 안에 핵심을 차지하는 사제에 관한 기초 자료이자 교과서 같은 책이다.
저자인 마리오 카프리올리 신부는 책의 서언에서 “이 책 역시 교회 교도권,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스케마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제직」에서는 사제의 삶이 지닌 다양한 차원들을 새로운 장에 담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거룩한 차원, 사도적 차원, 수덕적·신비적 차원, 교회적 차원, 선교적 차원을 말한다. 사제직에 대한 공의회 이후의 교황의 가르침에 담겨 있는 이러한 차원들은 공의회를 보완하며 사제의 영적·사도적 삶 그 자체를 내적으로 풍요롭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참고 문헌만을 새롭게 제시하기보다는 교의적인 차원에서 새로움을 전하고자 했다.
책은 제1장 ‘20세기의 사제직’, 제2장 ‘사제의 정체성’, 제3장 ‘교회의 사명 안에서 본 사제직’, 제4장 ‘사제의 직무’, 제5장 ‘사제직과 성성’, 제6장 ‘사제의 덕행들’, 제7장 ‘사제 생활을 위한 보조수단들’ 등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들을 따라 가다보면 사제의 직무가 무엇인지, 사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와 역자들은 이 책이 사제직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을 비롯한 사제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제들이 읽고 스스로의 사제직의 소중함과 그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카를 라너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만일 사제가 먼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찾지 못한다면, 그리고 오직 승리하기 위해 돌아가신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사랑을 그가 먼저 발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 역시 주님께 도달할 수 없음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